휴대폰은 첨단 정보기술의 집적체로 꼽힌다. 음성통화를 넘어 영상통화와 다양한 부가 기능, 풍부한 어플리케이션에 엔터테인먼트까지 한마디로 손 안에 넣을 수 있는 최상의 기기다. 무선인터넷 기술의 진화까지 보태지면 일정 측면에서는 컴퓨터의 기능까지 뛰어넘을 것이다. 기술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휴대폰을 산 지 얼마 지나지 않아도 새로 나온 휴대폰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게 일상이 됐다.
다른 측면에서 휴대폰을 보면 소비자를 둘러싼 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장이다.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선전화와의 승부에서 우위에 선 휴대폰은 011, 016, 017, 018, 019 등 5개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확보 전쟁을 통해 몇 년 만에 소비층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이동통신사의 경쟁이 한풀 죽은 사이 소리 없이 시장의 주도권 한 부분을 거머쥔 건 단말기 제조사들이다. 특히 삼성과 LG는 한두 달 단위로 기능과 디자인을 개선시킨 새로운 단말기를 선보이면서 국내시장을 90%나 장악했다.
소비자를 자신의 통제 범위로 끌어들이기 위한 기업들의 각축은 IT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휴대폰 시장을 기형적으로 만들었다. 새로운 단말기를 구입하기 위해 몇 년 동안 일정액 이상의 이용 요금을 쓰겠다는 멍에를 쓰지만 이동통신사나 단말기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 밖은 결코 욕심 낼 수 없는 지극히 비시장적인 형태다.
지난 주말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인터넷과 영상 송'수신, 데이터 통신 등의 기능을 통합한 컴퓨터 개념의 휴대전화다. 아이폰은 예약 가입자만 6만5천 명을 넘어 국내 휴대폰 시장을 스마트폰 체제로 재편하는 데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변화 속에서도 소비자의 입지가 커질 전망이 뚜렷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아이폰은 소비자의 선택을 최우선한다는 명분 아래 앱스토어라는 자체 시장을 거치지 않고는 어떤 서비스도 등록할 수 없는 폐쇄적인 운영체제를 갖고 있다. 삼성의 인기 스마트폰인 옴니아 역시 폐쇄적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언론과 소비자들은 기기의 성능 차이나 가격 정책 등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최첨단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해도 소비자는 여전히 주인의 자리를 되찾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다.
김재경 교육의료팀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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