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종시' 여권 기류 급변…출구전략? 여론 달래기?

"원안 갈수도" 발어 잇달아

'출구전략인가, 여론 달래기인가'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정운찬 총리와 여권 고위관계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잇따라 "세종시 수정추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원안대로 갈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을 했다. 정부와 민관합동위가 마련하고 있는 수정안이 나오면 충청도민과 국민설득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청와대와 정부 측의 분위기는 강경일변도였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대국민사과까지 했고 수정안이 나온 후 다시 한번 사과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여권의 기류가 달라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치권은 무엇보다 세종시 문제가 모든 국정현안을 빨아들이면서 마비시키고 있는 '블랙홀' 상황을 부르고 있으며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현실론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4대강사업 예산은 물론 내년도 예산안처리가 지연되고 있는데다 이 대통령이 주요 국정개혁과제로 제시한 개헌과 행정구역개편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한 발짝의 진전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수정안 좌절이후의 퇴로마련이 시급하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 세종시 수정안을 강행하려다가 당내갈등만 야기시키고 좌절할 경우, 국정장악력에 치명상을 입고 레임덕에 빠지는 사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과학연구중심 경제도시'라는 세종시 수정안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하는데 다른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등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특혜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민관합동위가 대안으로 건의한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유치에 대해 대구경북 등 다른 지방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송석구 민관합동위 위원장은 2일 "인센티브 없이는 기업유치가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여권 핵심인사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이 수정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반대를 설득하기에도 빠듯하다"며 "강행통과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또 "대안에 대해 충청권에서 60~70% 이상의 지지를 받을 경우, 정치권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세종시 수정 추진 초반에는 가볍게 본 세종시법 개정의 현실적 어려움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다.

특히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충청권만 의식한 세종시 수정안을 강행할 경우, 정치적으로 궁지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하는 현실 인식도 밝혔다. 충남의 경제성장률이 10여년째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GRDP도 울산에 이어 2위에 오르는 등 수도권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더 많은 인센티브를 몰아줄 경우, 다른 지방의 역차별의식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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