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 움직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정운찬 총리는 2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행정 부처의 세종시 이전 여부와 관련, "하나도 안 갈 수도 있고 다 갈 수도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민관합동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도 2일 대구를 방문,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한나라당 지도부와 가진 30일 조찬 회동에서 세종시 수정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도 "국민도 반대하고 우리도 반대하면 길이 없다"며 "대안을 만들어서 모든 성의를 다해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도 안되면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과 조윤선 대변인도 각각 기자들과 만나거나 방송을 통해 "세종시 대안에 대해 충청도민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면 대안을 밀고나갈 수 없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여권 핵심 인사들의 말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는 강행론에서 한 발 물러나 '원안대로 갈 수도 있다'는 출구전략도 함께 가동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세종시 수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수정안에 대한 충청도민과 국민들의 반발이 거셀 경우, 무리하게 강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호영 특임장관은 3일 "수정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미리부터 출구전략을 고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제한 뒤 "한나라당 내부 등 정치권에서 강행 통과가 쉽지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을 내놓고 원안과 비교해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추진할 수 있지만 대안이 미흡하다면 원안대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수순을 염두에 둔 것이란 풀이다.
이 대통령은 2일 대구에서 열린 '낙동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에 참석, "세종시 때문에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등) 계획이 위축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으나 그런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세종시 수정에 따른 지방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또 3일 저녁 남경필 원희룡 권영세 의원 등 중도 개혁 성향 한나라당 의원들을 청와대 안가로 초청해 만찬을 갖기로 하는 등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도 3일 브리핑에서 "언론은 '안 되면 도리 없는 것 아니냐'에 방점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데 그렇지 않고, '모든 성의를 들여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에 방점이 있다. 대안을 만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서명수·이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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