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연탄은 서민들의 월동준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품목이 됐다. 도시가스와 기름보일러의 보급으로 설자리를 잃었던 연탄이 다시 서민들 곁으로 돌아온 것은 경기침체와 고유가 때문. 빠듯해진 주머니 사정으로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기름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자 난방연료를 연탄으로 대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연탄 수요가 급증했다.
'제2 전성기'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만큼 연탄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연탄의 최고 전성기는 1980년대 중반이었다. 우리나라 난방 연료의 80%를 차지할 만큼 독보적인 존재였다. 1985년 대구에서만 150여만t의 연탄이 소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후 연탄 수요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대체연료(도시가스, 석유 등) 보급이 확산되었기 때문.
연탄의 하락세는 무서울 정도로 진행됐다. 대구의 연탄 수요가 2002년 3만4천t까지 떨어졌다. 많은 연탄공장들이 폐업을 하고 연탄판매소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었다. 추락을 거듭하는 연탄 수요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유가가 폭등하기 시작한 2003년부터다. 그 해 4만1천t을 기록한 대구 연탄소비량은 지난해 15만9천t까지 급증했다.
◆대구안심연료공업단지
대구를 비롯해 고령·성주·칠곡·군위·영천·청도 등 경북지역과 창녕'합천'거창 등 경남 일부지역에서 소비되는 연탄을 생산한다. 1972년 조성될 당시 6개의 연탄공장이 영업을 했으나 지금은 대영, 한성, 태영CNE 등 3곳만 남아 연탄을 생산하고 있다. 3개 공장에서 하루 약 35만장의 연탄을 찍어낸다.
배달은 연탄공장과 계약을 맺은 170여명의 개인사업자들이 차량으로 한다. 연탄공장이 가동되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크고 작은 트럭들이 쉴새 없이 들락거린다. 개인사업자들은 보통 1천200장, 많게는 2천~3천장의 연탄을 싣고 간다.
이들은 공장도 가격에 연탄을 구매해 가정, 사무실, 동네 연탄판매소 등에 공급한다. 하루 1천장을 배달하는 개인사업자의 경우 기름값을 빼면 하루 5만원 정도의 차익을 남긴다. 하루도 쉬지 않고 한달 동안 일을 해도 손에 쥐는 것은 150여만원에 불과하다. 연탄배달로 돈을 벌 수 있는 기간도 10월부터 3월까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개인사업자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봄과 여름에는 채소, 과일 등을 판매한다.
◆더 힘들어진 겨울나기
서민들에게 올겨울은 어느 해보다 더 춥다. 기름값, 지역난방, LPG 가격이 줄줄이 오른 가운데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연탄도 올겨울을 앞두고 가격이 큰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0월 '무연탄 및 연탄의 최고판매가격 지정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연탄의 공장도 가격을 개당 287.25원에서 373.5원으로 30%, 소비자가격은 개당 403원에서 489원으로 21% 인상했다.
이에 따라 대구지역에 공급되는 연탄 가격도 상승했다. 연탄은 다른 상품과 달리 제조업자 마음대로 가격을 매기지 못하고 지식경제부 장관의 가격고시 기준을 따라야 한다. 최고 가격(489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연탄의 소비자 가격은 지역 특성에 맞게 정해진다.
대구의 경우 가격 인상 고시에 따라 평균 소비자가격이 장당 350원에서 440원으로 올랐다. 소비자가격은 수요량과 배달 장소에 따라 몇십원 정도 차이가 난다. 대량으로 구매할 경우 440원 이하로 떨어지고 차량 배달이 되지 않는 고지대의 경우 440원을 넘어간다.
지난해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교체한 주부 신상은(42)씨는 "연탄이 다른 연료에 비해 여전히 저렴하지만 갑자기 가격이 크게 올라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이기호 대구연료공업협동조합 상무는 "올해의 경우 봄 날씨가 따뜻했고 가격까지 인상돼 연탄소비량이 조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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