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의 황제' 신승훈(41)은 지난 19년간 수많은 사랑 노래를 불렀다. 데뷔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부터 '보이지 않는 사랑'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등 히트곡은 모두 사랑 노래였다. 그랬던 그가 또다시 사랑 노래를 담은 앨범을 내놨다.
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감정을 담은 미니앨범 '러브 어클락'(Love O'clock)이 그것이다. 그런데 19년차 가수 신승훈이 얘기하는 사랑은 훨씬 섬세하고 진솔하다.
"사랑과 이별이 대중가요에서 진부한 소재이긴 하죠. 그럼에도 발라드 장르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 감정을 조금 더 깊게 파고들어 노래를 만들었죠. 내 안에 있던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감성을 깊게 표현했습니다."
이번 앨범은 3연작 미니앨범 시리즈 '쓰리 웨이브즈 오브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3 waves of unexpected twist) 중 지난해 발표한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다. '라디오 웨이브'에 감성 가득한 모던록 사운드를 담은 그는 R&B 리듬의 그루브를 살린 노래로 이번 앨범을 채웠다.
5곡의 수록곡은 '바람' '설렘' '어리석음' '버림' '외로움'의 5가지 감정을 순차적으로 담았다. 신승훈이 전곡을 작곡, 프로듀싱했다. 작곡가 황성제, 이현승이 편곡에 참여했고 심현보, 양재선이 작사를 맡았다. 그는 스스로 작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이번 앨범에서는 작사를 하지 않았다.
"제가 요즘 사랑의 감정에 조금 무뎌져 있는 상 태입니다. 소설처럼 가사를 쓰지 않으리라는 생각에서 다른 작사가들에게 가사를 부탁했죠."
타이틀곡인 '사랑치'는 신승훈이 3년 전부터 미리 제목을 구상해 놓은 곡이다. '사랑'이란 단어에 '어리석을 치(痴)'를 붙여 '사랑에 서툰, 어리석은 사람들'을 표현했다.
'사랑치'는 1970~1980년대 R&B 형식에 브라스 사운드를 가미한 감성적인 발라드곡이다. 가창력을 자랑하는 대신 신승훈은 힘을 뺀 편안한 목소리로 지나간 사랑의 슬픔을 노래했다.
"이번 앨범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생각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간 신승훈이라는 이름 때문에 부담이 많았는데, 지난해부터 발표하는 3장의 연작 앨범은 데뷔 20년을 앞둔 제가 편안한 마음으로 내는 것이죠. 특히 이번 앨범은 책임감이나 완성도 대신 힘을 뺀 편안함을 담았습니다."
그는 내년에 연작 앨범의 세 번째 시리즈를 내고 이어 11집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승훈'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책임감은 11집 앨범에 담겠다는 게 그의 얘기다.
사랑 노래를 부르는 신승훈은 정작 자신의 사랑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에게 결혼에 대한 질문은 이제 하기조차 진부하다.
"결혼이 급하죠. 저도 이렇게 늦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조금 한가해야 결혼 생각도 할 텐데, 저는 데뷔 후 지난 19년간 꾸준히 활동을 했습니다. 시간이 없었죠. 지나치게 신중한 성격도 결혼을 늦췄고요. 서른다섯살 즈음에는 외롭다고 말만 했지 사실 '이 정도면 견딜만 한데!'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나에게도 누군가가 있었으며 좋겠다'는 감정이 정말 느껴지더라고요."
스스로 '신중한 성격 때문에 결혼이 늦어졌다'는 정확한 진단을 내린 신승훈은 여전히 신중함으로 결혼 얘기를 이어간다.
"좋은 소식이 있으면 알려드릴게요. 잘 되기 전에는 조금 신중하게 기사화해 주세요. 잘못하다 좋은 결과가 있지 않으면 저와 헤어진 분이 얼마나 상처를 받겠어요. 그분에게는 신승훈과 만났다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 다닐 테고. 전 '전국이 감옥'이라는 그 심정을 알아요. 하지만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분에게는 그런 꼬리표가 감당하기 힘들겁니다."
미혼인 신승훈은 그간 축가를 참 많이 불렀다. 박찬호 정웅인 윤다훈 등 수많은 동료 연예인이 결혼식에서 그에게 노래를 청했다. "난 아직 결혼을 못했는데 나한테 축가를 불러달라는 사람들은 참 너무하는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짓는 그다.
신승훈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콘서트 무대를 사랑하는 가수다. 하나의 브랜드가 된 '더 신승훈 쇼'는 매년 다른 모습으로 변주돼 팬들을 불러모은다. 매년 봐도 매년 다르다. 그게 신승훈의 콘서트 철학이다.
대형 경기장에 수만 명의 팬을 채울 수도 있는 신승훈은 지난 4월 990석의 아늑한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났다. 이번엔 중간 규모의 공연장인 올림픽공원의 올림픽홀에서 12월 18일부터 20일까지 공연을 펼친다.
"올 초 소극장에서 펼친 공연의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객석이 많지 않아 많은 팬들을 만나지 못했죠. 올림픽홀은 3천석 규모인데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아요. 좋은 사운드를 들려드리는 데 충분할 겁니다. 세종문화회관 등 극장식 무대는 사운드는 좋지만 폭죽을 터트리지 못하는 등 제한이 있어요. 이번 무대는 극장과 체육관의 중간 형태로 펼쳐집니다."
신승훈은 이번 무대에서 스토리가 있는 한편의 뮤지컬 같은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오프팅 후 12곡을 부를 때까지 멘트를 하지 않고 노래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앞으로 그는 '더 신승훈 쇼-어쿠스틱', '더 신승훈 쇼-시네마' 등 다양한 형태로 '더 신승훈 쇼'를 변화시켜 나갈 생각이다. 19년차 가수 신승훈의 열정은 무대에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전 사실 앞으로 제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간 저와 비슷하게 활동을 한 가수도 없고, 본받을 선배도 마땅치 않죠. 조용필 선배님이 계시긴 하지만 경력 차이가 많이 나요. 좋아하는 두 선배 유재하와 김현식은 돌아가셨고요. 누군가 내 길을 갈 때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자신의 길을 잘 모르겠다는 그의 얘기와 달리 신승훈은 19년째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며 대중음악계의 중심에 있다. 신승훈 자신이 판단한 대로 가는 것, 그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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