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과잉인 현대인에게 장아찌는 채소 본래의 향과 효능을 살린 훌륭한 반찬이다. 맛있는 장아찌 한두 종류면 긴 겨울을 나는 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주부들의 소중한 밑반찬이 된다. 장아찌는 자연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손이 많이 가는 전통 음식이다. 요즘은 저장을 강조한 염분 많은 장아찌보다 짜지 않으면서도 새콤달콤한 장아찌가 인기다.
장아찌로 창업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 비슬농장식당 안주인 배현숙 사장은 20여 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면서 장아찌를 담가왔다. 반응이 좋아 장아찌를 사가는 손님이 많아졌고, 최근엔 아예 장아찌로 창업을 했다. 영농조합법인 '비슬 산야초 장아찌'는 달성군 농업기술센터 농촌여성창업 시범사업장으로 선정돼, 제13회 전국으뜸농산물품평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배 사장의 장아찌는 '짜기만 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새콤달콤하게 식감을 살린 것이 특징. 오랜 세월 장아찌를 만들면서 터득한 자신만의 비결 덕분이다.
매년 3~6월이면 배 사장은 아예 산에서 살다시피 한다. 새순이 날 때 어린 새순을 채취해 장아찌를 담그기 때문이다. "장아찌 재료로 불가능한 게 없어요. 우리나라에는 독초가 거의 없고 특유의 효능이 다 있어,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은 장아찌로 담을 수 있죠."
이 곳 장아찌의 특징은 생채로 담는다는 것. 데치거나 찌지 않고 재료 그대로 장아찌로 만들기 때문에 영양소 파괴가 적고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참 좋다. 연근장아찌의 경우 식초에 살짝 담가 전분을 제거한 후 장아찌로 만들어 아삭한 맛이 도드라진다. 원재료에다 집에서 직접 담은 간장과 생강나무, 두충나무 우려낸 물, 다싯물, 효소, 설탕 등을 넣어 장아찌를 만든다.
배 사장은 장아찌에 과일·약초 효소를 함께 넣는다. 아카시아꽃, 복숭아, 참외, 뽕잎, 찔레, 명이, 칡 등 약 15종 500kg 이상 효소를 만들어 3년 숙성 후 사용한다. 장아찌 담을 때 설탕 양을 줄이고 효소를 넣으면 깊은 맛이 우러난다. 설탕과 재료를 1대1 비율로 넣어 만드는 효소는 설탕이 2년이 지나면 과당, 3년이 지나면 올리고당으로 변해 건강에 좋은 물질로 변한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아찌는 0℃~3℃에서 6개월 이상 저온숙성해 재료 본래의 향이 고스란히 배어나와, 장아찌에 은은한 향이 감돈다.
비슬 산야초 장아찌는 30여가지가 넘는 장아찌를 갖추고 있다. 엉겅퀴장아찌, 산초 장아찌, 연근 장아찌, 백목련잎 장아찌, 참외 간장 장아찌, 뽕잎 간장 장아찌, 연잎 장아찌, 옻순 장아찌 등 우리 산과 들에 나는 대부분이 장아찌로 만들어진다.
장아찌를 주재료로 내는 연잎밥 장아찌정식을 시키면 이 집의 장아찌를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장아찌 15종류에 연근튀김과 연근 탕수, 생선, 단호박소스를 끼얹은 샐러드, 연잎찹쌀전병, 삶은 돼지고기 등 제법 푸짐한 밥상이 연잎밥과 함께 나온다. 돼지고기는 연잎을 넣고 삶아 잡냄새가 적고 식어도 덜 굳는다. 연잎밥 장아찌정식은 오후 3시 이전 3인 이상 오면 1만원, 2인 1만3천원. 오후 3시 이후에는 더덕구이나 꿩만두 등 요리를 추가해 1만5천원에 판매한다.
이곳 고향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짓고 있는 남편 김재호씨가 직접 쌀농사, 고추농사 등을 지어 재료가 믿을 만하다. 특히 이곳에서 사용되는 야채류는 집 근처 비닐하우스에서 남편 무농약 재배한 것이다.
꿩고기 전문 식당인 만큼 꿩 메뉴도 특별하다. 산 꿩을 잡아 그 자리에서 요리하는 꿩약죽은 4만5천원, 꿩샤브샤브는 4만7천원. 청둥오리 솔잎약백숙 5만원, 청둥오리 불고기 3만2천원. 미리 주문해야 한다.
위치는 화원IC를 나와 기세저수지를 지나 용연삼거리에서 달성공단 방향으로 700미터쯤 가다보면 좌측에 작은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올라가 만나는 제일 마지막 집이다. 053)615-5484.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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