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스런 性상담]가을 남자

현대 중년 남성의 삶은 숨돌릴 틈도 없이 살려고 달려온 여정이다. 남자를 작게 만드는 갱년기 증상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남성의 일상을 감정적'신체적으로 변화시킨다. 가을에는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사추기'(思秋期) 남자가 늘어난다. 항우울 효과가 있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는 줄어들고 멜라토닌 분비가 상대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쉽게 우울함을 느끼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언제부터인가 떨어지는 단풍 풍경이 마지막 인생 같아서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중년남성의 이러한 신체적 변화는 남성 호르몬의 감소가 주원인이다. 40, 50대 남성에게는 고환의 능동적 활동이 감소된 상태가 불청객처럼 찾아오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증상이 대단히 경한 정도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는 잘 느끼지 못한다. 감정이나 환경의 변화에 민감해지면서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직장이나 가정에서 소외를 당하더라도, 내가 뭐하고 사는지 때론 울컥하는 심정이 들고 외롭고 허무해지는 인생을 느끼더라도, 중년 남성은 충분히 인생반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중년은 대체적으로 50대 이후를 지칭하지만 의학적이나 성적인 면으로 봐서는 이미 40대부터 중년이다. 중년이라고 꼭 황혼기 인생의 전 단계처럼 슬리퍼나 질질 끌면서 골목길을 다니는 배불뚝이 동네 아저씨만 연상해선 안 된다. 오히려 나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차려 입고 풍부한 재력, 연애'인생경험으로 주변 사람까지도 성숙하게 만드는 매력을 풍기는 '아름다운 중년'도 많다. 아름다운 중년은 미남형인지 여부와는 관계가 없고, 눈가의 주름이나 희끗한 머리카락과 탈모현상까지도 아무런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잘 숙성된 와인처럼 연륜이 쌓인 자신을 만들어 갈 수만 있다면 이 가을이 찬란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한 가을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미리 준비해온 사람들의 몫이다. 우선 건강부터 챙기고 몸매관리에 신경 쓰면서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 같은 심리적 증상이나 성욕감퇴, 발기부전 같은 성적 증상이 어쩔 수 없이 나타난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여 남성호르몬 치료라도 일시적으로 받아보자. 폐경기 여성이 여성호르몬 치료로 삶의 질이 좋아지듯이 가을 타는 남성도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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