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당선 통보를 받았을 때 멍하고, 눈물이 나도록 기쁘더니 하루 이틀 지나면서 혹시 당선이 취소되지나 않을까 불안해지더군요."
'마흔여섯 채의 슬픔'으로 '서정시학' 겨울호에 당선된 지정애(55·상서여자정보고등학교 교사)씨는 "시를 쓸 때는 늘 좋았고, 시를 만나 행복감을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0년부터 월간 문예지를 2년 정도 구독하면서 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시창작 수강을 하면서 처음에는 많이 읽고, 그 다음으로는 좋은 시를 많이 베껴 썼다. 2년여간 옮겨 적은 시가 대학노트 대여섯권이나 된다. 많이 적은 날에는 오른손이 아파서 병원 치료를 받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열정을 짐작할 만하다.
이른 아침 한잔의 차와 좋은 시를 읽고, 옮겨 쓰기를 하면서 등단에 대한 소망을 키워 가던 5년 전쯤에 여향 이기철 교수님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등단 준비를 하였다.
'너는 매일 천 개의 밤을 건너고/ 나는 매일 천 개의 해를 찾아 다니느라 발이 부었다/ 너 떠나고 난 뒤/ 첫서리 같은 난데없는 한기가 나를 덮쳐 오는 동안/ 나는 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지난 날들의 고혹과 병증을 어루 만진다/ 텅 빈 얼굴 속의 바싹 마른 입술과 입술이 만나/ 생의 바닥을 적셨던 날들/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복사꽃빛 한 마디 말이 가시처럼 목에 걸린다. '-중략-('마흔여섯 채의 슬픔' 중에서)
"시 속에 내 삶의 바닥까지 박박 긁어서 표현하게 되더군요. 무언가 모자란 듯이 허전하기만 했던 내 의식의 갈등과 삶이 시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아요."
지정애 시인에게 있어서 창작은 학창시절에는 공포의 대상이었으나 마흔을 넘기면서는 삶의 위안이 됐다. 삶이 녹녹지 않다는 건 이미 오래 전에 터득한 습관이었으나 시는 그러한 삶이 힘겨울 때 위로가 되고 답답함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또 다른 종교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시인은 매주 토요일 창작교실로 향하는 아내와 어머니에게 불만도 있음직한데 몇 년을 잘 이해해 주고 등단을 누구보다 기뻐해 주는 가족이 고마울 따름이다.
"여든을 넘긴 친정 부모님께서 상기된 음성으로 '고맙다!'고 하시니 뒤늦은 효도를 한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시를 접하고 등단하기까지 꼬박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시인으로서는 '프로'가 아닐까 하고 묻자 오히려 "지금 시인이라는 관문을 통과했을 따름"이라고 한다. 자신이 만족할 만한 표현을 '섬광'처럼 발견하게 되었을 때의 행복감을 알기에 앞으로도 끈을 놓지 않고 시를 쓰게 될 것이라고 속내를 밝힌다.
글·사진 장양숙 시민기자 fn3496@hanmail.net
도움: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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