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단상]틀린 신문

세상은 복잡해지고 있다. 그만큼 사는 것도 복잡해졌다. 해야 할 일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모임과 단체가 많아지고 의무 사항도 늘어가고 있다. 가끔은 정말 해야 할 일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본질이 아닌 것은 포장이 요란하다. 알맹이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평화와 기쁨을 주지 못한다. 권태와 불안에 휘말릴 뿐이다. 감사와 편안함보다 허영과 낭비가 느껴진다면 돌아서야 한다. 믿음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

살아가는 방법에 있어서 사람들 나름대로 방식이 있다. 이걸 두고 그 방법이 옳다거나 그르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 중에서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를 혼동해서 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기사가 실린 신문이라도 교정이 틀려 있다면 틀린 신문입니다." "네 손에 농락당하느니 차라리 목숨을 끊는 게 옳겠다 싶다." "누구도 그의 처사를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옛날 속담이 맞는 경우가 꽤 많다."

'옳다'는 사리에 맞고 바르다, 격식에 맞아 탓하거나 흠잡을 데가 없다, '그르다'는 어떤 일이 사리에 맞지 아니하다, 어떤 일이나 형편이 잘못되어 바로잡기 어렵거나 잘될 가망이 없다는 뜻이다. '옳다'와 '그르다'는 상대말이다. '맞다'는 문제에 대한 답이 틀리지 아니하다, 말 육감 따위가 틀림이 없다,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 바라거나 하려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다라는 뜻이다. '맞다'의 상대말은 '틀리다'이다. 앞서 예시된 문장은 바른 표기임을 알 수 있다.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귀찮은 일도 만날 수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피해 가려고만 한다. 모임에서 일을 부탁받으면 피하려 들고 왜 내가 그것을 해야 하는지 난처한 표정을 짓는 게 대부분이다. 우리는 자격에 어울리는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불공평도 받아들이고 억울함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귀신이 씻나락 까먹는 소리'는 이치에 닿지 않는 엉뚱하고 쓸데없는 말을 뜻하는 속담이다. 이 속담에 나오는 '씻나락'의 바른 표기를 맞히는 텔레비전 퀴즈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예시된 문항 '씨나락' '씬나락' '씻나락' 중에서 틀린 표기를 지목해 수십 명이 탈락하는 것을 보면서 탈락자들이 한글 표기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안타까웠다.

오늘 마무리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아니었는지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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