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과 세월] 시민회관 무대감독 김봉수씨

클래식 전용홀 전환 땐 다른 장르 유치 못해

대구시민회관 전경.
대구시민회관 전경.

최근 대구시민회관 리노베이션 계획이 추진 중이다. 개관 때부터 무대감독으로 일해 온 나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민회관의 용도를 두고 클래식 전용홀로 가야한다는 주장에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클래식 전용홀은 기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극예술 등 다른 장르 공연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내 대표적인 공연장인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LG아트센터, 호암아트홀 등은 모두 복합공연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지방에서 클래식 전용홀을 설립한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시장성이 확보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만들어 놓으면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고 한 어느 분의 말은 너무 막연해 보인다.

공연장의 신축과 리노베이션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공연 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다. 현재 우리나라 공연 시장 규모가 연 7천억원에 이르는데 반해 클래식 분야의 시장성은 안타깝게도 미미한 실정이다. 오히려 시장 규모 2위를 점하고 있는 대중 음악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객석 수다. 최근 많은 공연장들이 시설 보완을 통해 객석 수를 늘리거나 무대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는 데 반해 시민회관은 있던 무대 시스템마저 없애고 좌석도 1천500여석 규모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공연 시장 유통 구조로 봐서는 오히려 2천석 정도로 늘려야 한다.

최적의 음향 환경을 위해서 클래식 전용홀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최근 발전된 음향반사판과 어쿠스틱 배너(Acoustic banner), 어쿠스틱 패널(Acoustic panel) 등의 제작 기술로 음향 제어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이쯤되면 시민회관을 최첨단 다목적 공연장으로 리노베이션하고, 대신 운영의 묘를 살려 클래식 콘서트에 비중을 두는 것이 어떨까. 최고의 공연장이 되려면 '백지와 같은 공연장', 즉 기능의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어느 무대 전문가의 말이 생각난다. 시민회관의 높은 대중성(인지도와 접근성)과 공공집합시설로서의 가치 실현을 위해 기존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리노베이션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김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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