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총장님이네. 저랑 셀카 한번 찍어주실래요? 친구들에게 자랑해야죠. 4년 동안 총장님 이름도 모르고 졸업한 선배들도 많이 봤는데요."
7일 오후 6시 30분쯤 대구대 정문 앞 한 호프집. 홍덕률 대구대 총장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홍 총장은 대학 내에서 교통안전과 주차질서 계도활동을 하는 학생경찰봉사대와 저소득층, 홀몸노인 대상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모임 소식을 듣고 격려차 찾아온 길이었다.
갑작스런 총장의 방문에 학생들은 당황스러운 기색이었지만 이내 대학생 특유의 활달함을 되찾는 분위기였다. 여기저기서 인사와 함께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 소리가 이어졌다. 봉사대 학생들의 수고를 칭찬한 홍 총장은 테이블 곳곳을 다니며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요즘 제일 힘든 게 뭐죠?" "당연히 취업 걱정이죠.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니까요." "학교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도움이 될까요?" "취업설명회를 늘리고 면접을 실전처럼 해보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세요."
맥주잔을 사이에 두고 격의 없는 대화가 오갔다. 따가운 비판도 들렸다. 한 복학생은 "군에 입대하기 전에 비해 학교 시설은 나아진 게 없는데 등록금은 50만원 넘게 오른 것 같다"며 "학생들이 실제 겪는 어려움을 찾아서 해결해달라"고 주문했다. 홍 총장은 대화 중간중간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하며 2시간을 넘기며 학생들과의 토론에 빠져들었다.
지난달 1일 취임해 겨우 한달이 넘었을 뿐이지만 홍 총장의 현장 리더십은 학교 안팎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점심시간에 공식 일정이 없으면 항상 교내 몇 건물에 있는 교직원 식당들을 돌면서 4천~5천원짜리 식사를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알려졌다. 며칠 전에는 밤늦은 퇴근길에 입학팀 사무실에 불이 꺼지지 않은 걸 보고 불쑥 들어가 함께 자장면을 시켜먹으며 노고를 치하하기도 했다. 지난주 '찾아가는 입시설명회'에도 동행해 대구 수성고 학생들 앞에서 직접 학교 홍보를 진행, 고교생과 교사들의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홍 총장은 "대학 구성원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면 총장은 어떤 일이든 해야 한다"며 "짧은 시간이라도 현장에 가서 생생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게 대학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홍 총장은 "아직 현황 파악이 덜 끝나 자제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업무 보고가 끝나면 현장에서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해결책까지 찾는 업무 처리 방식을 본격화할 작정"이라고 했다.
홍 총장은 평교수 시절부터 현장을 중시했다. 사회학 전공답게 사회 문제가 있는 현장을 다니기 좋아하는데다 평소에도 동료 교수의 연구실이나 교직원들의 업무 현장을 찾아가 함께하는 걸 즐기는 스타일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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