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따뜻한 정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그래서일까. 주변을 돌아보면 김장김치 나누기 등 다양한 정을 나누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포항에 가면 22년 넘게 사랑만 싣고 달리는 열차가 있다.
바로 사랑에 사랑을 싣고 이어 달리는 봉사단체인 '사랑의 열차'다. 열차를 이끄는 기관사는 포스코 직원이지만 탑승객이자 승무원들은 포스코 직원들과 포항시민들이다. 지난 1987년 4월 포스코내 기독연합회원 7명으로 열차의 운행이 시작됐으나 지금은 종교와 소속을 떠나 460여명이 넘는 탑승객이 함께하고 있다.
사랑의 열차를 달리게 하는 힘은 회원들이 매달 1계좌(5천원) 이상 내는 돈이다. 회원들 대부분 평균 2계좌씩 갖고 있다. 이 돈으로 기금을 마련해 생활이 어려운 포항지역 중'고교생을 돕고 있다. 중학생은 5만원, 고교생에게는 7만원의 장학금을 매달 지원하고 있다. 현재 9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혜택을 받는 학생수가 고작 9명이라고 고개를 갸웃할 수 있지만 일회성이 아니고 연속성이기 때문에 인원에 한계가 있다.
사랑의 열차는 학생 1명에게 한번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원대상 학생이 정해지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최소한 6년 동안 지원한다. 그래서 인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는 기금을 좀 더 확충해 수혜학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들은 장학금뿐만 아니라 명절과 생일, 입학 때 선물을 챙겨주고 컴퓨터 등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구입해 주기도 한다. 주거환경이 너무 열악하면 이벤트를 통해 '러브 하우스'를 열어 집도 고쳐준다. 소소하게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발족 후 10년 동안은 조용히 활동했지만 IMF 사태 이후 생계가 곤란한 학생들이 급격히 늘어나자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달리는 속도를 더 높였다. 덕분에 1997년 100여명이었던 회원 수가 올 11월 말 현재 460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사랑의 열차 취지에 공감한 시민들의 동참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사랑의 열차 장학생은 성적만 보고 선발하지 않는다. 가정형편과 품행이 우선이다. 성적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 학업에 지장을 받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의 열차가 여느 봉사단체와 다른 점은 도움받은 장학생도 봉사활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내가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랑의 열차는 해마다 두차례 경주의 나자레원 내 명화요양원을 찾아간다. 의지할 곳 없는 병든 어르신들에게 열차 회원뿐만 아니라 장학생들도 말벗이 돼준다. 이는 학생들에게 노인 공경을 실천하는 산 교육을 체험케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일이 결코 부끄럽지 않은 것임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혼자 오는 게 멋쩍을까봐 친구나 가족도 함께하도록 한다.
덕분에 장학생으로 선정돼도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던 학생 가운데 일부는 봉사활동 후 굳게 닫혀 있던 문을 활짝 열었다. 장학생 출신 중 현직 교사로 성장한 이도 있다. 대부분 장학생들은 고교 졸업 후 성인이 돼 다시 사랑의 열차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며 사랑을 대물림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 사랑의 열차는 다른 지역인 영덕 나눔지역아동센터의 어린이들을 초청해 포스코 견학 및 영화관람을 함께하며 산골 어린이들의 정서 함양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장애우들을 태워 달리고 있다.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고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대상은 누구든지 사랑의 열차에 태워 함께 달리는 것이다.
최근 포항스틸러스의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 기념 쌀 지급 행사 때는 김진일 포항제철소장을 비롯한 50여명의 포스코 직원들이 쌀을 기증해 이 쌀을 장학생 1가구당 3포씩 지원했으며 영덕 나눔지역아동센터에도 점심을 위해 '사랑나눔 쌀'을 전달했다.
특히 김진일 소장은 사랑의 열차 소식을 전해 듣고 즉석에서 개인돈으로 1년치 120만원의 회비를 납부하며 열차에 승차했다.
사랑의 열차는 앞으로 어려운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일일호프 등 수익사업도 적극 발굴해 장학기금을 확충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으며 학생들 대부분이 가정형편상 여행을 못해 본 경우가 많아 학생들에게 견문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해 여행을 함께 가는 것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 같은 내용은 조만간 매달 발행되는 소식지를 통해 회원 개개인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사랑의 열차를 이끌고 있는 기관사인 김호국(48'포스코 EIC기술팀 대리) 회장은 "사랑의 열차 회원들은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사랑을 베풀며 종착역 없이 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사랑의 열차 장학생에게 보다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께서도 많이 동참해 함께 달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후원계좌:우리은행 240-111971-02-001 예금주 김호국(사랑의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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