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임시 땜질식 처방으로는 사교육비 줄일 수 없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5년 동안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리가 사교육과의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 과외를 많이 받은 학생일수록 고점수를 받았다는 얘기다. 반면 언어와 외국어 성적은 사교육비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평가원 측은 수리가 어려워 표준점수가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앞으로 수리를 쉽게 출제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고충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옳지 않다. 문제가 쉬우면 변별력이 크게 떨어지고, 상위권 대학 진학을 원하는 수험생들은 만점에 대한 부담이 더욱 높아진다. 그 부담으로 수리 과외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설사 수리 과외가 일시적으로 주는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언어나 외국어 쪽으로 쏠리는 풍선 효과를 해결하지 못하면 별 의미가 없다.

더욱 큰 문제는 대학이다.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면접이나 구술고사와 같은 장치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걱정은 벌써 나오고 있다. 올해 수능시험이 변별력을 잃은 탓이다. 결국 수험생은 이중삼중 고통을 겪게 된다. 특히 면접이나 구술고사에 열세이고, 정보도 부족한 지방 수험생은 더욱 불리해진다. 정부의 수시와 입학사정관제의 확대 방침으로 입시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각 고교의 부담도 더욱 커질 것이다.

사교육 줄이기는 임시 땜질식 방편으로 효과를 낼 수 없다. 정부는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중구난방식의 교육 정책 언급을 정리해야 한다. 믿지도, 믿지 않을 수도 없도록 각각 발표하면 오히려 혼란만 일으킬 뿐이다. 교육 정책은 10년, 20년 뒤를 내다보고 총체적으로 수립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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