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어려울 때 받은 도움 갚기 복지시설 봉사

"1986년 가을 서른살 때 암벽을 오르다가 추락했죠. 당시 의사의 견해는 상당히 비관적이어서 완치 후에도 휠체어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었죠."

대구산악연맹 기획이사인 권혁만(52·월성동·보험영업직)씨는 당시 3차례의 수술과 6개월간의 병원생활 끝에 재활에 성공했다. 한창 나이에 좌절을 겪게 된 권씨가 병상에 있는 동안에 선배와 친구들은 자비와 일일찻집을 열어 그의 병원비를 내어 재활의지를 북돋웠다.

"그때 제 주위 지인들의 도움이 너무 고마웠고 꼭 재활에 성공해 저도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고자 결심했습니다."

이후 권씨는 수성구 파동에 있는 장애아동복지시설인 애망원의 열렬 후원자가 됐다. 올해로 13년째. 권씨는 특정 시기나 연말연시 일시적인 기부나 방문이 아닌 연중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을 찾아 문구와 사무용품, 차량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애망원 근처에 있는 화성양로원도 권씨가 자주 찾는 곳 중 한 곳이다.

애망원 박은희(55) 원장에 따르면 권씨는 물심양면의 든든한 후원자일 뿐 아니라 간혹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할 때면 지원해 줄 곳을 연계해 주기도 한다.

요즘도 권씨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등반 후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십시일반으로 도움의 손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또 자신이 속한 산악회의 경비를 쪼개 불우이웃돕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연말을 맞아 권씨는 자신이 오랫동안 다닌 법왕사 주지(실상 스님)에게 절에 모인 시주 쌀을 거둬 복지시설에 기부할 것을 제안, 스님의 흔쾌한 승낙을 얻었다. 이 쌀은 이달 중 애망원과 화성양로원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재활 후에도 꾸준한 등산으로 활발한 삶을 살아가는 권씨의 꿈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복지시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는 것.

차가운 바람이 더욱 옷깃을 여미게 하는 요즘, 우리 주변에 권씨와 같은 '산타'가 더욱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최영화 시민기자 chyoha618@hanmail.net

도움: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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