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따라 울렁대는 뱃머리에서 힘겹게 통발을 당겨본다. 하지만 통발은 '텅' 비었다. 물고기가 보이지 않는다. 시커먼 뻘만 그물망에 얽혀 끌려 올라온다. 낙동강 민물 어부 이제창(45·대구 달성군 현풍면)씨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시작된 후 한숨을 내쉬는 날이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통발 하나에 2kg가량 물고기를 건졌는데. 달성보 공사가 시작된 뒤부터는 뻘이 생기고 물고기가 자취를 감췄어요."
3.5m 길이 통발 10개에서 낚인 물고기는 20여마리. 어부인 아버지를 따라 7세 때부터 그물을 잡고 있는 헌병희(64)씨도 착잡한 마음에 담배만 몰아 피운다. "못 먹고 살아. 못 먹고…."
10일 대구 달성군 현풍면 오산리 낙동강변. '쿠르릉….' 거친 엔진소리가 반복되면서 어선이 물살을 가른다. 굴삭기, 대형 트럭 등 중장비의 굉음도 가까워진다. 물안개에 가려 어렴풋하던 대형 기중기 모습도 점점 선명해진다. 겨울 강바람에 이마가 깨질 듯 시리다. 배로 10여분을 달린 뒤 도착한 곳은 공사 한 달째를 맞고 있는 낙동강 달성보 공사 현장 주변. 20일 전 설치해 놓은 통발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날 오전 5시부터 통발 50여개를 수거했으나 물고기는 없고 오물만 가득했다. 어계부에 무언가를 적는다. 지난달 12일부터 물고기를 낸 날이 줄더니 이달 어계부는 거의 백지다.
낙동강 어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강물이 탁해져 물고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달성, 구미, 상주, 김해 등 4대강 살리기 사업 구간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잇는 어부들은 200여명. 고령군 어부 성흥식(47)씨는 "1주일에 한번씩 통발을 올리면 어선 저장고 3개를 꽉 채웠는데 지금은 10분의 1도 안 된다"며 "흐린 낙동강을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고 했다.
그나마 건져 올린 물고기도 상품성이 없다. 토사가 대량으로 강물에 유입되자 수변 생태계를 이루는 미생물이 물고기 비늘에 엉켜 붙었다. 피부병이 생긴 것이다. "공사 후에 붉은 반점을 띠는 붕어들이 막 올라오는 거야.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어부들은 뚜렷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아 속만 태우고 있다. "10월 말쯤 용역업체에서 실태파악이라고 나왔는데 수박겉핥기에 그쳤어. 하루, 한 달 매출이 얼마인지를 따져야 하는데, 배가 '있나 없나'만 확인했어. 그 이후로는 묵묵부답이야."
달성보 공사 현장에는 '꿈 행복! 우리의 희망 나누기!'란 낙동강 살리기 사업 문구가 걸려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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