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KAIST와 POSTECH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과 포항공대(POSTECH'포스텍)는 두 가지가 비슷하다. 설립 반대 의견을 물리친 지도자의 의지로 탄생했다는 것과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과학 기술 두뇌 배출의 산실이란 점이 그것.

먼저 카이스트. 베트남 파병 대가로 미국은 1965년 1천만 달러를 원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돈으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오히려 1천만 달러의 예산을 더 보태 한국공업발전연구소(카이스트 전신)를 설립했다. 해외에서 뽑아온 박사들에게 대통령보다 몇 배의 급여를 줬고, 심지어 미국 기업을 연결시켜 당시 국내에 없던 의료보험을 적용시켜 주기도 했다. 각계의 반발과 진정이 쏟아졌으나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 그 후 45년이 돼 가는 현재 카이스트는 20개의 전문연구소를 분가시키고, 4천여 명의 석'박사급 인재를 배출했다. 무상 원조를 받던 한국을 오늘날 원조를 해주는 국가로 탈바꿈시킨 주역이 그들이다.

다음은 포스텍. 박태준 당시 포스코 회장은 세계 유수의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의 지속적인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앞으로 필연적으로 당면하게 될 경영 다각화에 대비하기 위해 연구 개발과 인재 양성을 할 국제적 수준의 대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업만 잘 경영하면 되지 대학을 왜 설립하느냐'는 반대와 견제가 따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박태준 회장이 누군가.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영일만 기적을 이뤄낸 그는 1986년 국내 최초로 산학연 협동 연구 모델을 구축한 포스텍을 개교시켰다. 포스텍은 영국 타임스가 2007년 실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교수 1인당 논문 인용지수' 부문 세계 1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 대학으로 급성장했다. 국내 유일의 방사광가속기를 대학 자체 능력으로 완공했는가 하면 국내 유일의 지능로봇연구소도 보유 중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바이오 연구 기관인 생명공학연구센터가 있고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계획 중이다. 이런 성과는 포스코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국내 최고 수준의 장학금과 학생 1인당 최고 교육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포스텍이 최근 엄청난 내홍을 겪고 있다. 학교 평가 순위가 떨어지는 등 여러 면에서 경쟁 대학인 카이스트에 밀린다는 소식이다. 창학 정신으로 돌아가는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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