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미래 도시성장의 5대 법칙

미국의 유명한 미래 컨설팅회사 사장인 에디 와이너는 그의 저서 '퓨처 싱크'에서 미래에는 세 가지 종류의 조직이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A타입은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는 선진적 조직이다. 이는 그 조직이 미래에 어떠한 위상을 가지며 어떻게 부각할 것인지 확실한 비전과 실현가능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조직이다. B타입은 조직의 노동력과 자산에 크게 의존하는 조직으로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으나 자원과 지구력을 갖추고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다. C타입은 모방자들로서 남들이 앞서 내놓은 길을 따라가며 살아남기를 바라는 조직이다.

와이너는 B와 C타입은 변화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적극성을 가지지 못하는 조직으로서 미래에는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반면에 A타입은 개척정신과 융통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성공하는 조직으로 전망한다. A타입의 조직은 '초록색 줄기'로 비유된다. 식물들이 햇빛과 물, 비옥한 토양을 찾아 장애물 주위로 초록 줄기를 뻗어나간다. 이처럼 A타입은 방해물 옆으로, 위로, 아래를 통과하는 예상 밖의 길을 개척함으로써 장애를 극복한다,

미래 도시 경쟁에서도 A타입의 도시가 앞서게 될 것이다. 미래 경쟁력을 갖춘 A타입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5가지 법칙을 실천해야 한다.

첫째는 도시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산업과 기업의 입지가 활발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도시성장 경험에서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중소도시를 대상으로 인구와 산업구조, 연령 등 주요 지표를 투입해 종합적으로 분류하면 크게 성장도시와 정체도시로 뚜렷이 구분된다. 성장도시는 구미, 포항, 창원, 울산, 마산 등 산업화시대를 주도한 특화된 산업도시이자 기업도시이다. 이들 도시인구는 산업화과정에서 대부분 전국 평균인구 증가율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들 성장도시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산업화와 경제성장 속도는 느려졌을 것이고 수도권은 더욱 과밀화되었을 것이다. 이들 성장도시를 제외한 중소도시들은 특화산업과 대표적인 기업들이 별로 발달되지 않아 정체되어있다. 미래에도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반영되어야 한다.

둘째는 미래도시성장에서 '급속성장'(expansion) 시기를 만들어야 한다. 급속성장 시기는 전후방 산업의 연쇄적 성장을 통해 확대재생산 될 때 가능하다. 도시의 전후방산업 발달을 위해서는 도시 바깥으로의 수출산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미래 도시의 전후방연계산업을 미리 예상하고 기반을 갈고 닦는 것이 미래 도시의 막강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필수다.

셋째는 미래도시성장에 있어 '초기의 장점'(initial advantage) 또는 초기의 조건을 잘 만들어야한다. 미래 도시 성장의 초기 조건으로 무엇을 심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미래도시의 묘목을 금융으로 할 것인가, 행정으로 할 것인가, 녹색산업으로 할 것인가, 과학으로 할 것인가, 문화로 할 것인가, 아니면 여러 기능을 복합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과 실천이 중요하다.

넷째는 도시의 생존주기(life cycle)를 반영한 지속적 성장기반을 만들기 위해 창조적 인재의 활동여건을 구비해야 한다. 도시는 한편으로는 사람과 같아 그 나름대로의 일생이 있다. 초년기, 장년기, 노년기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도시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자면 미래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개척적이고 창조적 인재들이 포진되어 있어야 한다. 이들 인재들이 도시의 성장궤도를 미리 읽고 쇠퇴의 징후가 감지되면 그 인재들이 함께 창의적으로 도시발전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실리콘밸리가 계속 성장하는 것은 이들 창조적 인재들이 스스로 미래에 대응하는 '발명'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포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거기에 포스텍이라는 과학기술 인재 집단이 있으며, 수많은 고급 인재들이 포항의 발전을 스스로 개척해 포항 테크노파크개발과 같은 창의성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는 도시발전에 과학과 대학이 중요함을 알려준다.

다섯째는 미래도시발전에 방해가 되는 '유퍼스 나무(Upas tree) 효과'를 극복해야 한다. 유퍼스 나무는 자바지역에서 자라는 독성이 아주 강한 식물로, 그 주위 2, 3㎞이내의 식생을 죽이는 나무다. 영국의 글라스고우에서는 과거 조선산업으로 번영을 누렸으나 영국의 조선산업이 점차 쇠퇴하면서 글라스고우에 자리 잡은 조선산업이 유퍼스 나무 효과를 발휘해 다른 산업의 발전을 방해했다. 그러자 글라스고우는 조선산업으로부터 대거 탈피해 대학을 활용한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 새로운 성장 계기를 잡았다.

백년대계 차원의 국가발전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미래 국가발전을 기하자면 미래경쟁력의 핵심인 미래도시발전의 기반을 잘 갖춰야 한다. 그러자면 매우 실용적이고 미래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창조적 여건을 도시마다 만들어가는 통찰력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박양호 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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