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판이야기]똑같은 1쇄라도 발행 권수는 책따라 천양지차

책을 사 보면 책의 첫 페이지나 마지막 페이지에 초판 발행 날짜와 초판 1쇄, 2쇄, 10쇄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초판 1쇄는 책을 편집한 후 첫 번째 인쇄 때 나온 책이라는 말이고, 2쇄는 2번째 인쇄, 10쇄는 10번째 인쇄 때 나온 책을 지칭한다. '재판'이라는 말은 초판의 내용이나 디자인을 수정하거나, 아예 새로 편집했음을 말한다.

10쇄라면 책을 열 번이나 인쇄했다는 말이다. 1쇄 때 일정한 양을 찍었는데 다 팔렸고, 그리고 2쇄, 3쇄를 계속 찍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쇄의 수가 많을수록 그만큼 많이 팔렸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10쇄를 발행한 책이라고 반드시 1쇄나 2쇄만 찍은 책보다 많이 찍었다는 말은 아니다.

책에 따라 한 번에 인쇄하는 권수는 차이가 많다. 출판사는 얼마나 팔릴지 알 수 없으니 대충 팔릴 만할 정도만 인쇄한다. 1쇄 때 적게는 500부에서 많게는 50만부도 찍는다. 출판사가 출판과 배포를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 지은이가 자비를 투자해 책을 찍는 경우 1쇄 분량은 매우 적다. 출판사의 체계적인 판매망이나 홍보망을 동원해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은이 스스로 책 출판 비용을 지불하고, 주변에 아는 사람들에게 책을 나누어 주는 방식이니 많이 찍을 수 없는 것이다.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의 신작 '로스트 심벌'(1,2)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1쇄 때 500만부를 찍었다고 한다. 똑같은 1쇄라고 해도 인쇄 분량에 차이가 많은 것이다.

댄 브라운처럼 한꺼번에 500만부를 찍어도 판매 가능한 작가의 책은 '선인세'도 엄청나다. 선인세란 책이 얼마나 팔리든 상관하지 않고 출판사가 미리 지급하는 인세다. 출판사들은 인기 있는 작가의 책을 출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선인세를 내걸고, 작가는 선인세를 많이 주는 곳, 이름난 곳을 중심으로 출판 계약을 한다. 만약 선인세를 많이 지급했는데, 생각만큼 책이 팔리지 않으면 출판사는 그만큼 손해를 본다. 댄 브라운의 신작 '로스트 심벌'의 국내 출판을 맡은 출판사는 선인세로 100만달러를 지급했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책을 두고 10억원의 선인세를 작가에게 지급했다고 가정할 경우 출판사는 책을 얼마나 팔아야 이익을 남길까. 출판사의 운영 방식과 인세율, 광고매체, 광고 횟수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70만~80만권을 팔아야 '본전'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10억원을 선인세로 지불했다면 적어도 100만권은 팔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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