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대구 도심에 산타클로스가 나타났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젊은 남녀 10여명이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포옹(프리 허그)을 했다. '사랑의 몰래산타'라고 적힌 피켓을 든 이들은 동성로 일대를 뛰어다니며 성탄절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이날 행사는 '사랑의 몰래산타' 홍보를 위해 마련됐다. 사랑의 몰래산타는 성탄절을 맞아 대구 동구지역 저소득 가정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사랑을 전하는 행사. 현재 대구 동구청으로부터 소개받은 170가구를 대상으로 몰래산타 방문 희망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
몰래산타의 시작은 2004년. 경기청년단체협의회(당시는 경기민족민주청년단체협의회)가 회원들과 함께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연말을 보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대구에서는 대구청년센터가 지난해 처음 실시했다. 한국청년봉사연합회의 추천을 받아 기존에 하던 성탄절 행사를 키웠다. 모든 일은 회비와 후원금으로만 진행되는 100% 자원봉사 활동. 첫해에 120명의 몰래산타가 활약한 데 이어 올해에는 300명이 활동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1만여명의 몰래산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청년센터 황순규 사무국장은 "올해 정원을 250명으로 잡았는데 신청자가 몰리는 바람에 급하게 300명으로 늘렸다"면서 "참가자들은 대부분 추억 만들기나 경험 쌓기로 시작해 스스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300명의 몰래산타는 25개조로 나뉘어 조별로 활동한다. 24일 하루 동안 천사 복장 등으로 분장한 뒤 저소득 가정을 방문, 풍선아트나 마술 등을 선보이고 선물을 건넨다. 아이들 몰래 숨어 있던 산타들은 마지막에 '깜짝 선물'로 등장해 기쁨을 배가한다.
단 하루의 행사지만 그 여운은 결코 짧지 않다. 아이들과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는 몰래산타도 많다. 대학생 임선영(22·여)씨는 "지난해 방문한 집의 아이가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나도 가슴이 찡했다. 몰래산타가 끝난 이후에도 아이의 멘토가 되어 공부를 도와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몰래산타가 부족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사나래'라는 모임을 만들어 자원봉사 활동에 나섰다. 일부는 아예 올해 행사 기획에까지 참여했다. 몰래산타로 나선 손민호(22)씨는 "행사 이후 무언가 아쉬워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봉사 모임을 만들었다"며 "9월부터는 올해 몰래산타 행사 기획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