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참사'사고 버스기사는 무자격자

"기어조작중 핸들 놓쳐" 사고원인 운전 미숙에 무게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 관광버스 참사에 대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운전기사 권모(59)씨가 사업용 대형 차량을 운전할 수 없는 무자격자로 드러났다. 경찰은 관광버스 참사의 사고 원인으로 무자격 버스 기사의 운전 미숙에 무게를 두면서 차체 결함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1991년 6월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하는 운전정밀검사에 응시했다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여객운수사업법 제26조(운전업무종사자격)는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하는 운전정밀검사 적합 판정을 통과해야 사업용 차량 운전을 허용한다. 그래도 사업용 차량을 운전하고 싶다면 판정 후 1개월 이내 재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권씨는 응하지 않았다.

경찰조사 결과 권씨를 채용한 관광버스 회사도 운전정밀검사 적합 판정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채용 사실을 전세버스협회에 통보하지 않았다.

권씨는 또 경찰 진술에서 "변속 기어를 조작하는 와중에 핸들을 놓치면서 사고가 일어났다"며 운전 미숙을 인정했다. 권씨의 전세버스는 2004년식 45인승 버스로 승객 과다 등의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전세버스 업체 대표 진술에 따르면 권씨의 45인승 운전 경력은 3개월 정도에 불과했고, 그것도 일용직이었다. 권씨는 2002년 2월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됐지만, 그해 9월 월드컵을 전후한 정부의 대대적인 사면조치로 구제됐다

그러나 경찰은 변속 기어가 잘 듣지 않았다는 권씨의 추가 주장과 "사고가 나기 전 차량이 좌우로 수차례 흔들렸다"는 생존자들의 말에 따라 차체 결함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실제 사고 현장 타이어 마모 자국(스키드마크)을 분석해 보니 왼쪽으로 굽은 도로에 남은 스키드마크의 바퀴 위치가 일반적이지 않았다. 내리막길임에도 130m 길이의 자국이 남아있었던 점도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전세버스 업계도 "회사 자체 정비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경비절감을 위해 정비 인력이나 시설 없이 지정정비업체에 수리를 의뢰하고 있다"며 정비 불량 가능성을 거론했다. 2003년 20명의 사망자를 낸 봉화 청량산 관광버스 추락사고의 원인도 정비불량에 따른 차량 제동장치 결함으로 판명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사고 경위 및 원인은 국과수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조만간 전세버스 업체 대표를 다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