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국근의 풍수] <47> 고령 고령신씨 시조묘

겹겹이 揖하는 산세…시조묘 위세 당당

신성용 묘 전경. 우백호가 혈장을 보듬어 안산을 겸하고 있다. 앞쪽에 거대한 귀봉이 있으나, 몸을 돌려 혈을 외면하는 모습이 아쉽다.
신성용 묘 전경. 우백호가 혈장을 보듬어 안산을 겸하고 있다. 앞쪽에 거대한 귀봉이 있으나, 몸을 돌려 혈을 외면하는 모습이 아쉽다.
묘역. 묘로 지기를 불어넣는 입수맥이 힘차다. 이런 형태를 직룡입수라 한다.
묘역. 묘로 지기를 불어넣는 입수맥이 힘차다. 이런 형태를 직룡입수라 한다.

※고령신씨 시조묘=고령신씨 시조(高靈申氏 始祖)인 신성용(申成用)의 묘. 고령군 쌍림면 산주리 만대산(萬代山)에 있다. 신성용은 고려시대 검교군기감(檢校軍器監)을 지냈으며, 후손들 중 조선시대에 3명의 정승과 3명의 대제학을 배출했다. 신숙주(申叔舟), 신윤복(申潤福), 신경준(申景濬), 신채호(申采浩) 등이 후손들이다. 인근 고령읍에 사적 제79호인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 있으며, 근처에 대가야박물관과 우륵박물관이 있다.

'명당자손'이란 말이 있다. 부귀영화를 누리는, 명당에 묻힌 사람의 후손이란 뜻이다. 명당(明堂)은 예전 임금이 신하들의 조회(朝會)를 받던 정전(正殿)을 말한다. 풍수에서의 내명당(內明堂)이다. 모든 권력과 명예, 재물의 중심점이다. 풍수에서도 주위의 산세가 읍(揖)하는 듯한 모습을 귀히 여긴다. 이는 임금과 신하의 관계와 혈장(穴場)과 주위 산세와의 관계를 동일시한 결과다. 생전과 사후, 즉 인간세계를 자연으로 옮겼을 뿐이다. 묘는 임금이 되고 주위의 산들은 신하가 된다. 주종(主從)의 관계다. 그 이전에 이 둘의 공통적인 분모는 부귀영화다. 이를 보면 명당자손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니라 하겠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풍수용어에 천혈(天穴)이 있다. 말 그대로 높은 곳에 위치한 혈이다. 천혈은 주위의 산세를 고려함을 우선으로 한다. 주위의 산세가 위압적이면 그 위세를 꺾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자연히 높은 곳에 묘가 위치한다. 풍수에선 주위의 산세에 비해 묘가 있는 곳이 낮거나, 전후좌우에 높은 산이 막고 있다면 관직이나 취재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본다. 일에 막힘이 많다는 얘기다. 한 문중의 시조묘나 파조(派祖)의 묘는 보편적으로 앞이 확 트인 곳에 있다. 앞의 산들은 머리를 조아리듯 공손하고, 좌우의 산세도 혈장보다 다소 낮아 안정감이 있다. 이것 역시 한 문중을 세움에 있어 유리한 국면이라 하겠다.

고령신씨 시조묘가 천혈이다. 만대(萬代)에 영화(榮華)가 지속된다는 만대산의 8부 능선쯤이다. 묘에 서면 우선 위압적으로 보이는 게 오른쪽의 백호다. 비록 본신(本身)에서 뻗어 나와 안산까지 겸하고 있지만 그 위세가 너무 당당하다. 이 백호의 위세를 꺾기 위해선 높은 곳에서 혈을 찾아야 한다. 낮은 곳은 그 위세를 감당하지 못해 주눅이 든다. 풍수이론에 딱 들어맞는 묘의 위치다.

안산 밖의 외명당(外明堂)은 가급적 넓어야 한다. 곡식창고를 뜻하기 때문이다. 여느 시조묘과 같이 이 묘의 앞쪽도 시원하게 트였다. 겹겹이 명당을 감싸는 뭇산들이 머리를 조아리듯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곳곳에 귀봉(貴峰)과 부봉(富峰), 귀한 일자문성사(一字文星砂)가 즐비하다. 관직과 재물의 복종인 셈이다. 다만 묘 앞의 거대한 귀봉이 몸을 틀어 혈을 외면하는 듯한 모습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목성형으로 단정한 주산, 웅장한 혈장에 두툼하고도 단단해 뵈는 전순(氈脣)엔 바위가 박혀 지기가 새나감을 막고 있다. 그러나 조금은 나약해 뵈는 청룡, 위압적인 백호는 그 말미에서도 달아나는 형상을 띤다. 전체 보국(保局)에서의 옥(玉)의 티라 하겠다.

입수는 지기를 마지막으로 혈에다 공급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 묘의 입수는 직룡입수(直龍入首)의 형태다. 힘이 그대로 내리꽂히는 형상이다. 그만큼 강하다. 거기에다 석맥(石脈)이 혈을 보위하듯 곳곳에 박혔다. 바위로 이루어진 입수처는 예로부터 권력을 상징한다고 했다.

봄철 참꽃이 아름답다는 만대산의 신성용 묘는 조선 8대명당 중의 한 곳으로 거론되는 명묘(名墓)다.

희실풍수·명리연구소장 chonjjj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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