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구미 合衆市와 춤을!

39만8천여 명이 사는 구미시의 평균 연령은 32세다. 창원 다음으로 젊다고 한다. 구미에는 또 무려 210군데가 넘는 시'군'구의 지자체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243개인 것을 감안하며 웬만한 곳에서는 다 와있는 셈이다. 미국의 합중국(合衆國)에 가히 버금가는 합중시(合衆市)라 불러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 이렇게 많은 고향을 둔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곳인 만큼, 그에 따른 독특한 문화 형성은 자연스러운 현상. 혈(血)연이나 지(地)연, 학(學)연 등 소위 연(緣)이라는 끈적끈적한 줄이 맺어 놓는 문화가 다른 곳보다는 적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 객관적인 사고, 너 나 모두 함께 살아가며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상생(相生) 정신, 패기와 기상 같은 것들이 연상되는 도시다.

그 사례의 하나로 구미의 한 기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인근 주민'학생들에게 운동장과 강당 개방, 학교 주변 식당 이용하기, 다른 도시에서 하던 직원 건강검진의 지역 내 병원 이용하기, 구미 생산 상품 애용, 각종 공사로 벌목되고 버려지는 나무를 학교로 옮겨 심는 푸른숲 가꾸기 사업, 50년 미래까지 이어질 명품 건물 설계를 주문하는 공모(그 결과 공모 당선작은 구미시의 경관 심의 과정에서 최근 3년 내 작품 중 우수작으로 선정, 시민들에게 전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 현상도 없지 않다. 남의 피해는 생각지도 않는 나멋대로주의, 젊음을 빙자한 무질서와 개인주의에 따른 공공의식 실종, 제 잇속만 챙기는 행위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한때 전국적으로 퇴폐업소의 대명사처럼 유명세를 탄 '구미식 노래방'(이 노래방은 미국에도 진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이나 고질적인 교통 무질서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과거 화려했던 '공단 도시' 구미가 지금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지속적인 근로자 수 감소, 세종시로 인한 기업체 이전 불안, 잇따른 연구 인력의 수도권 유출, 심상찮은 빈부 격차, 인구 증가 정체…. 여기에 최근 E마트점 추가 입점 추진이라는 악재가 더해졌다. 이미 E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진출로 재래시장, 중소상인들 피해가 심각한 터에 E마트 때문에 지역 상권이 불안에 떨고 있다. '명품도시'를 구호로 내걸고 있는 구미 합중시민들과 함께 춤추고 중소상인과도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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