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시 등록률은 '공든 탑'…끊임없는 구애

대학 한 해 입시성과 절반이상 좌우…계명대 1만통 전화통화

'수시모집 합격자 등록률은 정성을 쏟는 만큼 높아진다.'

15일 끝난 수시모집 합격자 등록 결과 지역 대학 간 등록률 차이가 크게 벌어진 데 대해 대학은 물론 고3 담당 교사들까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북대가 73.12%의 등록률을 보인 데 비해 대부분의 대학이 85%를 넘었고 계명대는 93.4%를 기록, 경북대와 20% 이상의 차이를 나타냈다.

입시전문가들은 대부분 모집단위별 경쟁률과 대학의 정성이 등록률을 좌우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수시모집의 경우 수험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3개 이상의 대학에 지원하고 2곳 이상 중복합격하기도 하지만 최종 등록은 한 곳만 할 수 있다. 몇몇 상위권 대학이나 인기학과를 빼면 어느 대학이든 등록 포기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때 합격자의 등록 포기 여부를 얼마나 빨리 파악해 후보에게 등록 기회를 주느냐가 등록률을 높이는 관건이다. 각 대학의 홈페이지 입학 게시판을 보면 '등록 안 할 사람은 빨리 포기 의사를 밝혀 달라', '포기자가 있으면 대학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연락해 달라' 는 등 후보들의 간절한 글들이 빼곡히 올라와 있다.

계명대의 경우 교직원과 아르바이트 학생 등 15명을 동원해 10일 합격자 발표 후 등록 전날인 13일 자정까지 쉴 새 없이 전화를 걸었다. 먼저 합격자에게 등록 여부를 확인했다. 등록 포기 의사를 확실히 밝히면 즉시 후보에게 등록 기회가 왔음을 알렸다. 등록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수험생과 학부모는 다시 통화할 약속을 하고, 전화하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등록일이 임박하자 "빨리 결정해 주시면 다른 학생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라며 마음을 움직였다. 이렇게 해서 추가로 등록한 숫자가 전체 등록자의 26%에 이른다.

계명대 강문식 입학처장은 "3일 동안 1만 통 이상 전화를 걸어 합격자 2천725명 가운데 딱 한 명 빼고는 모두 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추가 합격자를 한 명이라도 더 받으려는 건 단순히 등록률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들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경쟁률이 낮으면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합격자 일부가 등록을 포기해도 애초에 경쟁률이 낮거나 최저학력기준 등에 걸려 후보가 모자라면 두 눈 뻔히 뜨고 미등록을 감내해야 한다. 대학 관계자들은 수시모집에서 1명이 결원되면 정시모집에서 중복합격을 감안해 적어도 3명은 더 뽑아야 정원을 채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칫 정시 경쟁률이 낮으면 합격자 평균이 떨어지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한 대학 입학 관계자는 "수시모집 등록률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한 해 입시 성과의 절반 이상이 좌우된다"며 "합격자 한명 한명에 공을 들이면 등록률뿐만 아니라 정시모집 결과도 한층 좋아진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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