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직도 술·노래방이니? 2009 송년회 '싼티'벗다

지난 15일 대구웨딩연합회와 ㈜프로홈의
지난 15일 대구웨딩연합회와 ㈜프로홈의 '드레스 & 턱시도' 콘셉트의 송년모임.

'우리만의 특별한 의미를 담은 파티'

남들 다하는 송년모임은 싫다. 술 먹고 노래방 가는 것도 사실 지겹다. 평상시 회식할 때 놀던 방식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에서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 돈은 적게 들면서 깔끔하게 즐기거나,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찾아하려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추세.

결혼식 때 한번 입어보고 다시는 입을 일이 없을 드레스 코드 형식의 파티는 새로운 기분을 선사할 것이며, 평상시 잘 하지 않던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자신의 흩어진 마음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둘 다 해도 좋다. 자신이 속한 모임에서 올해는 이렇게 하자고 아이디어를 내 성사시키고, 봉사센터 등에 자청해 연탄배달이라도 한번 도전해보면 된다.

톡톡 튄다고 좋은 송년모임은 아닐 터. 연말에 다 함께 어울려 색다른 경험과 의미를 느낄 수 있다면, '올 한 해 그럭저럭 잘 보냈다'고 하겠다.

◆오월의 정원에서 'Passion & Fashion'

'드레스 코드와 파티' 등은 송년모임이 한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블랙', '레드', '블루' 등 드레스 코드 색까지 미리 공지해줘 다들 모이고 나며 동질감까지 느껴진다. 대학원 모임 등에서도 요즘 선호하는 형태의 송년파티.

대구웨딩연합회와 ㈜프로홈은 올해로 3년째 드레스코드 형식의 송년모임을 해오고 있다. 올해 모임은 지난 15일 대구 노보텔 건물 1층 '오월의 정원'을 빌려 '동화 속 왕자·공주처럼 아름다운 송년파티'로 콘셉트를 맞췄다.

이 연말모임에선 모두 일대 변신을 한다. 알아보기 힘들 정도. 올해는 의상코드를 '드레스와 턱시도'. 과감하게 가슴이 확 파진 드레스나 뒤태가 드러나는 섹시한 드레스, 고대왕국의 왕비처럼 우아한 드레스 등 여성들이 먼저 눈에 확 들어온다. 턱시도를 입은 남자들도 당당한 걸음걸이로 남성미를 한껏 뽐낸다.

㈜프로홈 박경애 대표이사는 "매년 이 송년모임이 기다려지며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를 다짐하는 자리가 된다"며 "사실 꿈같은 자리며 각자 자신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자리라 더 의미가 큰 것 같다"고 인사말을 했다. 이 모임에 참석한 강현주(여)씨는 "평소와 다른 메이크업과 공주 드레스로 못 알아보는 분들이 태반이었지만 색다른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만족했다. 김미나씨도 "이번에 처음 경험했는데 너무 파격적인 파티문화였다"고 좋아했다.

일부의 형식적인 식순이 끝나자 2부는 그야말로 장기자랑 대회,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자리로 변했다. '거위의 꿈' 노래가 나오자 김병성 대리는 고음불가로 웃음폭탄을 선사했다. 문수곤 팀장은 수레를 타고 입장해 '내 여자라니까'를 열창했다. 여행사 실론투어 팀은 최신곡 '내 귀에 캔디'를 열정적인 춤으로 소화해 내 주변의 탄성을 자아냈다.

대구예술대학교 김은정 교수는 멋진 축가를 불러줘 송년모임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또 사회를 본 예일커뮤니케이션즈 강철원 대표는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동시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강 대표는 "매년 여러 가지 형태의 모임에 사회를 보지만 이곳에 오면 저 역시 가장 즐겁다"며 "제가 신나는 사회를 더 신나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행사에 마련된 '소외된 이웃 사랑하기'를 통해 마련된 소정의 모금액은 불우이웃에게 전달됐다.

◆송년행사로 자리잡은 '봉사활동'

봉사활동은 연말에 빼놓을 수 없는 송년행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이정희(40·여)씨는 12월이 되면 주말마다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을 찾아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대구 서구 비산동 일대 저소득층 가정과 독거노인을 찾아가 직접 연탄을 날랐다. 또 연말까지 다른 곳에도 찾아가 봉사할 예정이다. 이씨는 "연탄 창고를 가득 채우고 돌아설 때 내 기분은 무언가로 뿌듯하게 차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성진(37·회사원)씨는 매년 연말이면 남편과 몇몇 동료들과 함께 불우한 이웃을 돕는 산타클로스 역을 자처한다. 독거노인이나 고향을 떠나 외로운 연말을 보내는 외국인 노동자 집을 밤늦은 시간에 찾아가 쌀과 각종 생활용품 등을 몰래 두고 오는 것. 김씨는 "올해는 아예 '몰래 산타' 모집 공고를 보고 정식으로 신청을 했다"며 "내 안에 나누고 베풀고 싶어하는 맘이 있다는 것에 스스로도 놀랐다"고 털어놨다. 김씨를 포함한 '몰래 산타' 300명은 성탄절 연휴동안 대구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니면 사랑의 선물을 갖다줄 계획이다.

봉사활동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업들도 적잖다.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 직원들은 매년 겨울을 맞아 지체장애우들과 불우노인들이 함께 생활하는 칠포 들꽃마을을 찾아가 텃밭 100여평을 함께 가꾼다. 또 개별 가구를 방문해 유리창 닦기 등 소소한 일까지 도움의 손길을 준다.

포스코 외주파트너사인 세영기업 나눔봉사단도 겨울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급경사로에 제설용 모래주머니 비치, 해맞이 공원 정화활동 등 한 해를 봉사활동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포항철강공단 입주업체 ㈜삼정 피엔에이 임직원들은 지난 연말 송년회를 취소하고 그 비용 전액을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화 구미공장도 연말 봉사대상 동상을 탄 것에 힘입어, 부서별로 복지기관을 방문하는 등 활발한 연말봉사으로 사내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이 밖에도 소년소녀가장들을 초청해 함께 식사를 하며 송년모임을 가지기도 하고 경로당·요양원 등에서 연주회를 해주는 기업내 동아리 봉사단도 있다. 직원들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캐럴을 불러주며 환자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병원도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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