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변이었다. 단단한 체구에 온화한 표정, 군인 출신다운 절제미까지 겸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그 절박한 순간에 '구원투수'로 취임한 군인공제회 양원모(61) 이사장은 "지금 우리 직원들은 16만 회원들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 하는 목적의식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뛰어난 군인이었다. 육군3사관학교 2기 출신으로 36사단장, 합참 군수부장, 국방부 군수관리관, 8군단장, 합참 인사군수본부장 등을 지내며 '군수분야의 대부'로까지 불렸다. 동기생 중 유일하게 중장을 달았다. 그런 그를 군인공제회는 대의원회를 통해 올 1월 제10대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지요. 전시 상황실과 유사한 비상경영 TF를 꾸렸고 '공개경쟁 보직제'를 시행해 발전을 저해하는 직원들을 도려냈습니다."
그는 조직에 빠른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직원들이 사업을 제안하면 직접 사업설명회를 열도록 해준다. 시행 여부는 4단계로 대폭 줄여 판단하고 있다. 예전 8단계로 검토해 5, 6개월씩 끌던 시스템을 대폭 줄였다. 또 한국증권금융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안전장치도 대폭 강화했다. 돈을 많이 벌되 잃기는 어려운 탄탄한 조직으로 재정비한 셈이다.
"아이디어는 적극 보상합니다. 매월 경영성과도 분석합니다. 부지런한 사람과 앉아서 쳐다만 보는 사람은 차별해야 합니다. 우리 조직은 '의기투합+인간애+의욕'의 삼박자가 맞물려 발전하고 있으며 회원들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돌려주려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 임무죠." 지난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를 빛낸 경영인'으로 양 이사장을 뽑은 이유를 알 만했다.
그래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다. "최선을 다 해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군복무 중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중앙대·충남대·한남대·성균관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거쳤고, 지금도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에 재학 중이다.
"사람들을 만나보니까 알겠더군요. 항상 새로운 지식을 충전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그는 겸손했다. 또 "현실에 만족하는 것을 가장 싫어합니다. 현실 안주는 곧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니까요"라고 말했다.
군인공제회는 대구경북권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경산도시개발사업, 대구 계산동 및 범어동 주상복합사업 등이 그것이다. 부산경남권까지 합하면 6개 사업에 투자금액만 1조3천여억원에 이른다.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서상돈, 이상화 고택을 매입해 기부채납하기도 했다.
"아주 어릴 때 군복 입은 사람들이 그렇게 멋져보일 수 없었어요. 그런데 면사무소에 징집당한 형님들이 모여서 울고 있더군요. 저는 속으로 '왜 울까?" 그랬어요. 국가를 위한 길인데 하면서···."
군복의 잔상(?)이 잊혀져 갈 때쯤 양 이사장은 큰 선택을 해야 했다. 도대체 '뭘 하며 먹고 살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였다.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길은 뭘까? 국가에 사명감을 가지면서 국가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일까?" 그래서 그는 군인의 길을 택했고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멈추지 않는 삶은 탄탄대로로 이어지고 있다. 그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보니 지치지않는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새벽 4시 40분 기상과 동시에 1시간 동안 산책과 조깅을 한다. 모든 조간신문을 챙겨 읽는다. 그래야만 회의시간에 어떤 지시를 할 수 있고,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할 수 있단다. 부지런하지 않은 직원들은 한 마디도 못한다.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그 자신이 솔선수범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호시우행(虎視牛行·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행동한다)'을 가치관으로 꼽았다. 묵직한 그의 음성에서 호랑이와 소의 기가 느껴졌다. 그러면서 "고향은 오늘의 저를 있게 해주고 키워준 둥지이지요. 생각만 해도 가슴 뭉클하고 금방이라도 맨발로 달려 나와 반겨줄 것 같은 영원한 안식처입니다. 힘의 근원지이지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양 이사장은 경북 의성군 다인면 출신으로 의성초, 다인중·안계고를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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