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원은 지금]영양군 원격의료 살펴보니

의료소외 오지 농어촌 주민들 '건강 지킴이'로

▲영남대병원 피부과 김기홍 교수가 영양군에 거주하는 한 환자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원격 진료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영남대병원 피부과 김기홍 교수가 영양군에 거주하는 한 환자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원격 진료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피부가 너무 가렵습니다."

"겨울철에는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목욕을 자주 하고 비누를 많이 사용하면 가려움증이 심해집니다."

17일 오후 3시쯤 영남대병원 피부과 진료실. 김기홍 교수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김경순(69'여)씨를 진료하고 있었다. 김씨는 영양군 석보면 화매보건진료소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김 교수를 만나고 있었다. 김 교수 진료실과 보건진료소에는 웹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웹 카메라를 통해 김씨의 피부를 살펴본 김 교수는 겨울철 피부건조증과 자극성 피부염 진단을 내렸다.

처방전은 영양군의 약국으로 전달되며, 약은 택배를 통해 환자의 집으로 배달된다. 이날 김 교수는 영양군 주민 3명을 진료했다.

영양군 주민들이 받은 서비스는 원격 의료의 한 형태다. 경북도와 보건복지가족부, 영양군이 1월부터 영양지역 14개 보건기관과 영남대병원, 안동의료원 등 2개 협력병원과 시행하는 원격 건강관리 서비스다. 영남대병원의 경우 1월부터 11월까지 영양군 주민 113명을 대상으로 내분비 내과와 피부과 진료를 했다.

원격 의료가 오지 주민들의 '건강 지킴이' 노력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영양군은 경북에서 대표적인 오지로 '육지의 섬'이라고 불린다. 당연히 병'의원이 적다. 안동지역 병원까지 가려면 2시간 이상 걸리며, 대구까지는 3시간 이상 소요된다. 하지만 원격 진료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영양군 주민들은 의사 만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평소 의사를 보려면 온종일 걸렸는데 이제는 원하는 시간에 가까운 보건진료소에 가면 의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료가 가능한 질환은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갑성선, 골다공증, 피부질환이다. 보건진료소에는 심전도와 혈압계, 전자청진기 등 검사장비가 원격시스템과 연결돼 있어 진료 중 필요에 따라 검사도 가능하다. 검사 결과는 자동으로 전문의에게 전송된다. 화상이지만 실제와 같은 진료가 가능한 것이다. 영양군은 서울 면적의 1.3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1만9천명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30%에 이른다. 대부분 고혈압과 당뇨,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

경북도와 복지부, 영양군이 추진한 이번 사업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원격진료 시스템 구축 및 서비스, U-방문간호관리 서비스, 재택건강관리 서비스 등이다.

원격진료 시스템은 영양군 내 1개 보건소와 5개 보건지소, 8개 보건진료소를 연결한 서비스다. 예약된 시간에 환자가 가까운 보건진료소를 찾으면 같은 시간 보건소에 있는 의사와 원격으로 연결돼 진료를 받는다. 보건소까지 가지 않아도 보건소에 있는 의사와 상담할 수 있고 환자가 보건진료소에서 혈압을 측정하면 그 결과가 자동으로 보건소 의사에게 전달된다.

심전도 측정도 가능하다. 청진기로 진찰도 가능한데 보건진료소 진료원이 보건소 의사 지시에 따라 청진기를 환자 몸에 대면 그 소리가 그대로 의사에게 전달된다. 물론 의사는 영상으로 청진기를 대는 모습을 지켜보며 위치 등을 알려준다. 이때 만약 이상이 발견돼 큰 병원에 가야 하면 안동의료원과 영남대병원에서 외래진료가 가능하다.

재택건강관리 서비스는 원격진료 서비스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개념으로 진료소에 나와야 하는 수고까지 덜어준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 환자들이 가정 내에서 직접 생체 정보를 측정해 특정 사이트에 올리면 인터넷을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상담을 해준다.

영양군 보건소 관계자는 "원격 의료는 주민들이 다른 지역 병원으로 가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면서 "영양 같은 오지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원격 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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