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실 가드레일' 시공사 못 찾아

당국, 설치 시기조차 몰라 "관리부실 점입가경"

'무늬만 가드레일'(본지 18일, 21일자 1면)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이 점입가경이다.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 관광버스 추락사고 지점의 가드레일이 부실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으나 공사를 발주한 경상북도 종합건설사업소는 22일 현재까지 '시공업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경북 종합건설사업소에 따르면 사고 지점 도로는 1989년 준공됐다. 준공 당시에는 콘크리트 방호벽만 있었다. 이후 사업소 측은 2000년대 이후 가드레일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하나 정확한 설치 시기와 시공업체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다.

사업소 측은 "공사 서류는 보통 3년이 지나면 폐기하고 산발적으로 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시공업체를 찾을 방법이 없다"며 "보수 때도 사고를 낸 당사자가 보험사와 협의해 그때그때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 감독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탓에 부실 가드레일이 곳곳에 넘쳐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조사 결과 경주 관광버스 추락사고 지점의 가드레일 역시 폭 16m의 지주를 지탱했던 기둥 4개 중 1개의 길이가 표준 220cm의 절반(110cm)에 불과했다. 최소 150cm는 땅속에 박혀 있어야 하지만 문제의 기둥은 40cm 정도만 묻혀 있었다.

교통안전참여본부 변동섭 본부장은 "땅속에 규정(150cm)대로 묻혀 있는 가드레일과 사고 가드레일(40cm)은 지탱력에서 8배나 차이가 난다"며 "부실 시공 가드레일은 아무리 강도가 세도 무용지물이다. 불량 가드레일은 대형 추락 사고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사고 가드레일은 이전에도 보수를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 19일 사고 가드레일을 보수한 업체 대표는 "사고 가드레일은 주변 가드레일과 색깔이 완전히 달랐다"며 "한번쯤 유지 보수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보수를 한 가드레일조차 관리·감독을 거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경북 종합건설사업소 관리자, 설치·보수 업체 등을 대상으로 부실 가드레일을 공사한 업체를 찾고 있지만 기록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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