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들의 경제, 산업, 군사적 측면의 현대화 속도는 세계 각국의 짐작을 넘어선다. 중국은 1980년대까지 이렇다 할 주장을 펴지 않고, 미국에 대해 거의 대부분 지지를 보내거나 마찰을 피했다. 미국의 기술과 자본이 자신들의 성장에 긴요함을 중국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말하며 "국제무대에서 적극적 역할을 한다"고 선언했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지식인들의 목소리도 부쩍 커졌다.
중국의 빠른 성장은 우리나라에 더욱 크게 와 닿는다.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에 관한 논의는 주로 경제적 측면에 집중돼 있었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쳐왔으니 자연스럽다. 그러나 지금 중국이 우리 사회에 제기하는 문제는 경제적 영향을 훨씬 뛰어넘는다.
중국의 제국주의를 염려한다면 너무 이른 염려일까? 아닐 것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제국주의 이념을 지녀온 나라다. '중심적 나라'라는 국가 이름, 자신을 천하(天下)라고 부르는 관행은 중국이 자신을 문명 세계의 전체로 여겨왔음을 보여준다. 기원전 4세기 진시황제가 중국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제국을 세운 뒤, 중국은 줄곧 제국을 이루었다. 일시적 분열이 있었지만 이내 다른 제국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근대에 중국이 침체하면서 그런 성향이 숨어 있었을 뿐 중국은 제국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의 제국주의에 매우 비판적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역사상 우리나라를 침공한 외세의 대부분은 중국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제국을 꿈꾸는 중국이 추구할 제국주의는 어떤 모습일까? 제국주의가 다른 나라의 환영을 받기는 어렵지만, 중국의 제국주의는 미국의 제국주의보다 훨씬 일방적이고 압제적이고 공격적일 가능성이 높다.(미국의 제국주의는 본토 자체 점령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게다가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압제적인 나라였고,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열린 나라'로 통하는 미국과 다른 점이다.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등에서 보여주는 '중국식 제국주의'는 결코 너그럽거나 협력적이지 않다.
게다가 중국은 거대한 나라다. 이 거대한 나라를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 '민족주의'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 탈 가능성이 높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공산당 정권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민족주의에서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민족주의 열풍은 어떤 이데올로기보다 강력하고 무섭다. 공산당의 필요에 의해 세상으로 나온 민족주의는 결국 공산당으로 하여금 공격적인 제국주의의 길을 가도록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두 나라 간의 힘이 비대칭이면, 둘 사이의 관계 역시 비대칭적으로 된다. 이제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의 관계에서 나온 비대칭은 전반적이다. 우리와 강대국 사이에 존재하는 비대칭적 관계는 우리 시민들에게 성찰하기에 괴로운 주제다. 그래서 외면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나 어떤 사회도 외면에 바탕을 두고 앞날을 설계할 수는 없다.
중국과 비교적 긴 국경을 공유하는 한반도는 중국의 공격적 제국주의 영향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받는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중국의 그늘을 벗어난 적이 드물었다. 한(漢)의 침입으로 고조선이 무너진 뒤, 삼국시대를 빼놓고는, 19세기 말 청'일 전쟁 때까지 중국에 예속돼 있었다.
다시 강성해진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미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한국도 중국의 자장(磁場) 안에 들었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은이는 "현실을 정직하게 살피고 우리에게 괴로운 상황을 인정하는 도덕적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미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되짚어 나올 길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합리적 대응은 양보를 최소화하는 적응적 묵종"이라는 것이다.
양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등과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이를 통해 외교적, 군사적, 시민적 대항력을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적응적 묵종'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적응적 묵종은 큰 나라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자신의 핵심적 가치, 즉 독립이나 자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힘이 센 큰 나라는 '적응적 묵종'이 아니라 '지배적 정책'을 통해 합병을 원할 것이다.
강력한 중국의 부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는 진지하게 우리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가 됐다. 중국의 주권 침해를 막아낼 길은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눈앞에 중국이 닥쳐오고 있음에도 미래에 대한 논의 없이 어리석게 대처할 경우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149쪽, 8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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