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일본 간에 독도 소송이 벌어질 수 있을까? 현재 그런 가능성은 없다. 독도는 우리나라 땅이고, 한국 정부가 일본과 소송을 벌일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소송을 건다고 해도 응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만약 일본이 우리나라로 하여금 소송에 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그래서 국제소송이 벌어진다면 결과는?
'온건파로 알려진 일본 총리가 이례적으로 CNN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독도 군사훈련에 대응하는 방어훈련을 하겠다고 밝힌다. 반일 여론에 밀린 한국 정부는 독도에 군대를 파견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일본은 선제적 조치로 군함을 몰고 와서 독도를 포위해 버린다. 한국 정부는 외교적, 군사적, 법적 대응책을 놓고 고심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유엔 안보리에 도움을 청하지만 유엔 안보리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소송을 하라는 권고안을 낸다. 한국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소송 실무팀을 급조, 하와이에서 일본과 꼼쁘라미(소송에 합의하는 조약)를 체결한다.'
소설 '독도 인 더 헤이그'는 이렇게 시작한다. 법정소설이며 역사 추리물의 성격을 가진 이 소설은 주인공들이 암호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한'일 간 법정공방의 재미를 더한다.
생생한 법정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연오랑세오녀 설화, 삼족오의 비밀, 중국의 정사 등에 이르기까지 지은이는 다양한 사료를 동원, 고대 한'일 관계사의 비밀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현직 판사로 국제법을 전공한 지은이는 판사와 소설가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판사의 일과 소설가의 일은 근본적으로 닮았다. 재판을 하는 것은 숱한 거짓들 속에서 진실을 찾는 일이고, 소설을 쓰는 것은 거짓, 즉 허구를 통해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둘 모두 인간 세상의 진실을 찾는 작업이고, 그래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없으면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소설가는 현실에 깊이 천착해야 하고, 판사는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한다."
숱한 거짓 속에서 진실을 찾는 일을 해온 판사가, 이제 거짓을 동원해 진실을 밝혀 나가는 소설을 썼다. 지은이의 말대로 '소설은 허구를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지은이가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만큼 소설은 독특하고 흥미롭다. 528쪽, 1만3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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