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케냐 여성단체들의 모임인 '젠더 10'은 남성들에게 '잠자리 파업'을 선언했다. 정파 간 불화로 연립정부가 위기에 처하자 정치인들이 화합하지 않을 경우 남성들과 성관계를 거부할 것을 여성들에게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연립정부의 두 축인 음와이 키바키 대통령과 라일라 오딩가 총리 부인에게도 여기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또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섹스 파업' 참여 대가로 보상금 지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02년 수단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19년 동안 계속된 내전에 지칠 대로 지친 여성들이 남편들에게 무기를 버리지 않을 경우 잠자리를 거부하겠다고 한 것이다. 아랍어로 '알 헤어'라고 불리는 이 파업은 처음에는 20여 명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적대 종족인 로우족과 제카니족 여성들이 합류하면서 수천 명이 참가하는 운동으로 발전했다.
2006년 콜롬비아의 범죄 도시 페레이라에서는 갱단원의 아내와 여자친구가 같은 운동을 시작했다. 페레이라는 인구당 살인 사건 비율이 가장 높은 악명 높은 범죄 도시로, 2005년 한 해에만 480명이 살해됐다. 이에 갱단원의 아내와 여자친구들은 갱단의 무장 해제를 시장과 논의하던 중 남자들이 총을 버릴 때까지 잠자리를 무기한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섹스 파업을 '다리 꼬기 파업'(the crossed-legs strike)이라고 이름 붙이고 랩송을 만들어 방송에 내보내며 갱단원의 다른 여성 파트너의 동참을 유도했다. 이 랩송 가사 중에는 "우리는 여성으로서 상당한 가치가 있어. 우리는 폭력적인 남성을 위해 눕고 싶지는 않아"라는 구절이 들어 있다.
폭력 종식을 위한 섹스 파업 아이디어는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BC 411년 상연된 희극 '리시스트라타'를 통해서다. 펠로폰네소스전쟁을 끝내기 위해 젊고 아름다운 아테네 여성 리시스트라타가 스파르타 여성과 함께 거국적인 잠자리 거부 운동을 일으켜 남자들을 굴복시키고 평화 협정을 이끌어낸다는 게 줄거리다.
국회의 '폭력 DNA'가 좀처럼 교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미 FTA 비준 문제를 놓고 해머와 전기톱 난장판을 벌이더니 올해는 4대강 사업 예산을 놓고 치고받고 있다. 예산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고 합의는 했지만 폭력 국회 재연 우려는 여전하다. 우리 국회도 잠자리 파업이 벌어져야 정신 차리려나.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