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전범서 빠진 히로히토

연합국의 2차대전 전후 처리에서 가장 잘못한 것은 히로히토 일본 천황을 전범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히로히토가 침략전쟁에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은 그가 매우 신임했다는 도조 히데키조차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도조는 전범재판에서 "일본사람 누구도 천황이 시키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진술했었다.

1901년에 태어나 1926년 오늘 25세로 제124대 천황에 즉위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철저한 군국주의적 환경 속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다닌 귀족학교의 교장이 러일전쟁의 영웅이자 골수 천황파인 노기 마레스케였다. 그의 인격과 사고틀이 어떻게 형성되었을지 알 만하지 않은가.

히로히토의 권위를 이용해 점령을 원활히 하고 일본에 거대한 군사기지를 둠으로써 공산세력의 남하를 막는다는 맥아더의 계산 때문에 그는 살 수 있었다. 대신 현인신(現人神)에서 인간으로 격하됐다. 하지만 천수를 누렸고 천황제도 지켜냈다. 히로히토로서는 괜찮은 장사였다. 2000년 12월 상징적이나마 그에 대한 단죄가 이뤄졌다. '일본군 성노예전범 국제법정'은 "인간의 노예화, 고문, 살인, 인종차별을 비롯한 인도(人道)에 관한 죄를 범했다"고 선고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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