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또 '2등 징크스'…허탈감 빠진 상주시민

"또 2등인가."

상주 기관단체와 시민들이 극심한 허탈감에 빠졌다. 지역발전을 위해 총력전을 펼쳐온 대형 프로젝트 유치전에서 번번이 '2등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24일 한국마사회가 발표한 제4 경마장 유치전에서 경쟁도시인 영천에 무릎을 꿇었다. 상주시민들의 상처는 5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2005년 말 혁신도시 유치경쟁에서 김천시와 일전을 벌였지만 2위에 그쳤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6월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 경쟁에서도 안동시와 예천군의 공세에 밀렸다.

혁신도시 유치전에서는 "정보부족 등으로 준비가 부실해 실패했다"며 애써 자위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번 실패는 없다"며 총력전을 펼친 도청 유치전마저 고배를 마시자 상주시민들의 낙심은 컸다.

상주시민들은 올해 또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마사회의 제4 경마장 유치전을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삼세판으로 기필코 승리할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준비도 철저히 했다.

낙동강변의 멋진 곳에 경마장 건설의 청사진을 펼쳤다. 경북대 상주캠퍼스가 말산업연구원을 설립하고 용운고는 마필관리과를 신설하는 등 말산업 기반여건 조성에도 힘을 쏟았다. 마사회의 현장실사에서도 분위기가 좋았다.

1차 심사를 통과해 3개 후보지역으로 압축되면서 '이번에야말로 승리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높았다. 이 같은 기대감은 21일 2차 현장실사단이 방문한 후 다음날 곧바로 마사회 이사 9명이 연이어 방문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이정백 상주시장도 "여러 측면에서 영천이나 인천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영천에 밀려 또 실패했다.

상주시와 시민들은 경마장 유치를 위해 각계가 혼연일체가 돼 휼륭한 승부를 펼쳤다. 상주가 경마장 유치는 실패했지만 말산업과 관련해 할 일이 많다. 당장 내년에 세계대학생승마대회를 치러야 한다. 화서면에는 전국 최고의 말육종 전문가도 있다. 경북대 등 관계기관과 힘을 합쳐 말 생산, 개량, 육성 등 도내 최고의 말 생산지구로 거듭나면 된다. 때마침 경북도도 영천은 경마장, 상주는 말산업 육성 거점지역으로 지원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비단 말산업뿐만 아니다. 내실있게 차근차근 준비하면 언젠가 또 다른 기회가 올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만년 2등의 징크스를 훌훌 털어내는 길이다.

상주·이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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