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최강팀들도 유독 '이곳'에만 가면 맥을 못 춘다. 반면 볼리비아, 칠레, 에콰도르 등은 어떤 강팀을 만나더라도 '이곳'에서만큼은 펄펄 난다. 바로 고지대다. 실제 아르헨티나의 경우 이번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해발 3,600m에 위치한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볼리비아에 1대6으로 대패했고, 해발 2,850m의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선 0대2로 패했다. 세계 최강 브라질도 볼리비아 역대 원정에서 4패를 당하기도 했다.
내년 6월 11일 대장정의 막을 올리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최대 변수도 '고지대 적응 여부'다. 10개 경기장 중 해발 1,0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한 곳이 6개나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르는 요하네스버그의 사커 시티 스타디움 및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이 해발 1,753m에 위치, 10개 경기장 중 가장 높은 곳에 있고, 프리토리아의 로프터스 퍼스펠트 스타디움(해발 1,200~1,400m), 폴로크와네의 피터 모카바 스타디움(해발 1,300m 안팎), 루스텐버그의 로열 바포겡 스타디움(해발 1,250m), 블룸폰테인의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해발 1,400m) 등도 해발 1,000m가 넘는다.
그렇다면 왜 '고지대'가 문제일까. '좋은 선수 보유'와 '조직력'이 강팀을 분류하는 최고 기준인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고지대라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지대가 높으면 산소가 부족해 쉽게 피로해지고 체력도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이다. 또 기온도 영하로 떨어지기 일쑤여서 자칫 아프리카에서 추위와 싸우며 경기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저지대와 고지대, 고온과 저온을 오가며 경기를 해야 하는 '환경'에 충분히 적응되지 않으면 컨디션을 유지하고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한국 대표팀의 '필승' 선결 과제도 고지대 적응이다. 우선 가장 높은 요하네스버그 사커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아르헨티나와의 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고지대에 대한 적응이 절대적이다. 이에 한국 대표팀은 해발 1,250m 고지대인 남아공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기로 하는 등 고지대 적응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오히려 잘됐을 수도 있다. 요하네스버그가 한라산(해발 1,950m) 정상과 비슷한 높이의 고지대인 만큼 산소 부족 및 낮은 기온으로 한국 대표팀으로선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적응만 잘 하면 유독 고지대 경기에 약한 아르헨티나를 이길 수 있는 '축복의 땅'이 될 수도 있다. 고지대가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적일 수도 있지만 잘 활용하면 '천군만마'가 될 수도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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