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어떤 한 사람의 생일을 축하하는 날이 있다면 바로 크리스마스, 아기 예수가 태어난 성탄절일 것이다.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기독교인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젊은 불교인들도 똑같이 즐겁고 기쁜 맘으로 함께 축하하지 않을까 싶다.
어제가 바로 아기예수가 태어난 크리스마스였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불황 속에서 올해는 조금 조용하고 소란스럽지 않은 연말을 보내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자주 찾지 않던 사람들조차도 크리스마스를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보내려고 클래식음악 공연장이나 관련 문화 행사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보이고 좋은 클래식 음악공연도 많았던 것 같다.
기독교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두 절기는 부활절과 성탄절이다. 부활절 하면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나 바흐의 '마태수난곡' 같은 음악이 떠오르는데, 크리스마스엔 베토벤의 '나인 심포니'(교향곡 9번-합창) 정도가 그나마 클래식 음악 마니아들 머리 속에 맴돌 정도일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들으면 딱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 없는 걸까.
사실 클래식 음악의 역사가 교회음악에서부터 시작된 것인데 그럴 리가 있을까마는 '메시아'나 '마태수난곡'처럼 의례나 의미와 상관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크리스마스에도 있다. 바로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 루터파 교회음악의 대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Chrismas Oratorio)다.
1734년 라이프치히에서 바흐는 25일인 성탄절로부터 시작해 크리스마스 둘쨋날, 크리스마스 셋째날, 그리고 신년 새해 첫날, 새해 첫 주일, 그리고 아기예수가 처음으로 동방박사들 앞에 선 공현절까지 6일 동안 매일 각각 한 편의 칸타타로 따로 분리되는 6부 64곡으로 이루어진 대규모의 오라토리오를 만들었다. 성서의 누가복음 2장 1절에서 21절까지, 그리고 마태복음 2장 1절에서 12절까지의 내용을 가지고 테너의 해설과 천사인 소프라노와 헤롯왕의 베이스, 그리고 알토의 솔로와 합창단이 크리스마스의 아름답고 신비한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주기 시작했다.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1734년 연주되기 시작해 1735년 연주가 끝난 것이다. 음악이 곧 교회 전례의 일부이자 생활이며 유일하게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이던 시절, 바흐는 역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위대한 음악을 남겼던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얼마 남지 않은 2009년을 정리하면서 아쉽고 후회스런 여러 가지 일들을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의 아름답고 경건한 멜로디 속에서 겸허하고 솔직하게 고백해 보면 어떨까. 그래서 다가오는 2010년은 더욱 희망찬 새로운 계획과 함께 시작해 보도록 하자.
음악칼럼니스트·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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