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해의 인물·사건·드라마…지역민 409명 여론조사

역시! '피겨퀸' 김연아 우뚝…노무현 前대통령 서거도 각인

해마다 이맘때면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는 말로 1년을 대략 마무리하는 게 정석처럼 됐다. 하지만 올해만큼 다사다난(多事多難)의 의미가 꼭 들어맞는 해는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셨던 김수환 추기경이 2월 우리 곁을 떠나셨고, 전직 대통령 두 분이 5월과 8월 잇따라 서거해 큰 충격을 주었다. 경제 한파에도 아랑곳없이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는 '대운하'와 '세종시' 문제로 연일 난장판을 벌여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하지만 밝은 소식도 없지 않았다. 대구시가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성공해 그나마 지역민들의 기를 살렸는가 하면 피겨여왕으로 등극한 김연아, LPGA 상금왕과 신인왕을 함께 거머쥔 신지애, 미국 프로야구에서 뛰어난 활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추신수, 생애 처음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박찬호 등 해외에서도 낭보가 이어졌다.

세월은 변화를 낳고 변화는 또 다른 트렌드로 우리의 삶을 새롭게 정의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위기 때마다 더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 국민들은 2010년의 파고가 아무리 험할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또 새로운 1년을 맞기 위해 생업 현장에서 분주하게 뛰고 있다. 이에 본지는 여론조사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민 400여명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역민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2009년 한 해의 인물과 사건사고를 되돌아보고, 2010년 경인년 새해를 전망해본다.

'2009년 한 해를 상징하는 인물과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2009년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은 압도적으로 피겨 퀸 '김연아'였고, 사건사고 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서는 절대 다수가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그나마 응답자 중에서 산출해보니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1, 2위를 차지했다. 지역의 사건·사고 중에는 가장 최근에 일어난 경주관광버스 대형참사 사고가 1위를 차지했다.

올해의 드라마로는 선덕여왕이 가까스로 아이리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영화는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해운대가 1위를 차지했다. 새해 소망은 건강이 단연 최우선으로 떠올랐으며, 로또가 의외로 많이 나와 그 다음을 이었다.

올 한해 경기체감 온도는 -10도로 '아주 나쁜 편'이 가장 많았으며, 내년도 우리사회 기상도는 '구름끼고 흐림'이 '춥고 비옴'과 함께 1, 2위에 차지했다. 대구·경북의 가장 큰 관심거리를 묻는 질문에는 '경기회복'이 단연 1위에 올랐다.

이는 매일신문 주말기획취재팀에서 올 한해를 보내며 지난 2주간 지역민 409명을 대상으로 7가지 문항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400여명의 지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한 해를 보냈는지 대략의 흐름을 읽게해줬다. 분명 밝은 미래는 아니었다는 것이 가장 확실한 팩트가 아니었을까.

◆409명 중 274명이 '김연아'

김연아의 해였다. 여론조사 결과 과반수가 훌쩍 넘는 인원이 2009 인물로 김연아를 꼽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연기와 기량에 매료된 것. 또 세계에서 대한민국을 빛내준 것에 대한 자부심이다. 김연아의 뒤를 이어선 이명박 대통령이 올랐다. 아무래도 지역(포항) 출신 대통령인데다 앞으로 더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있었다.

그 뒤를 이어선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박지성이 올랐다. 국위선양하는 운동선수는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스타인 셈. 4위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올랐으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5위를 차지했다. 지역에선 차기를 바라보는 사랑받는 정치인임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야구선수 추신수, 한류스타 배용준, 월드스타 비, 축구선수 이청용, 골프선수 신지애 등도 명함을 내밀었다.

지역에는 확실히 인물이 없었다. 409명 중 300명 가까운 인원이 '생각나는 사람 없음', '모르겠음'이라고 답변했다. 그나마 100여명 중엔 지역의 수장인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1, 2위에 올랐다. 10분의 1도 안 되는 표를 받아 김범일 시장이 1위를 차지한 것. 3위는 유시민 전 장관이 진보진영을 대표한 지역의 인기정치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공동 4위는 프랑스 리그에서 뛰고 있는 지역 출신 축구선수 박주영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엽 선수가 차지했으며, 이명박 정권에서 특임장관을 맡고 있는 주호영 의원이 6위였다.

이 밖에도 지역의 인물인 방송인 김제동, 포항 파리아스 감독,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이인중 화성산업 회장, 하춘수 대구은행장, 조해녕 전 대구시장, 윤순영 중구청장, 전충진 첫 독도 상주기자 등의 이름도 거론됐다.

◆올해의 사건 '노무현 서거'

올해의 사건·사고 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가장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있었다. 신종플루 역시 올해의 사건·사고로 많은 표를 얻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자살 뉴스를 넘어서진 못했다. 더불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역시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사건으로 꼽았다. 끔찍했던 사건·사고도 순위에 올랐다. 시대의 큰 별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도 순위에 올랐다.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도 중요한 사건 중 하나. 또 끔찍했던 사건들인 조두순 사건, 최진실 유골함 도난, 연예인 자살 등도 10표 이상을 얻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미네르바 사건, 난장판 국회, 자살률 1위, 두바이쇼크, 친일사전 논란, 구조조정, 미성년자 성폭행, 세종시 논란 등이 있었다.

지역의 사건·사고 중에는 경주 관광버스 참사 사건이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가 2위에 올랐으며, 3위는 내년에 열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적 준비, 4위는 대구지하철 3호선 착공 소식이었다. 이 밖에도 칠곡 산불, 대구 교육열, 변병주 대구FC 감독 구속, 신서혁신도시 성공, 동성로 축제, 이의근 전 경북도지사 별세 등의 소식이 사건·사고로 거명됐다.

◆올해의 드라마 '선덕여왕', 영화 '해운대'

2009 베스트 드라마는 '선덕여왕', 영화는 '해운대'. 선덕여왕은 연말에 가장 기억되는 드라마였다. 미실(고현정 역)과 덕만(이요원 역)의 갈등구도를 잘 이끌어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2위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며 화제를 이끌었던 아이리스로 경합 끝에 1위 자리를 선덕여왕에 내줬다. 3위는 탤런트 김남주가 열연한 '내조의 여왕'이 차지했다. 공동 4위는 '다함께 차차차' '꽃보다 남자'였다.

이 밖에도 '찬란한 유산', '지붕뚫고 하이킥' 등이 10표 이상을 얻었다. 아내의 유혹, 보석비빔밥, 미남이시네요, 솔약국집 아들들, 베토벤 바이러스, 천만번 사랑해, 천추태후 등도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였다.

해운대는 1천만명이 관람한 영화답게 '국가대표'를 12표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영화 해운대는 올해 침체된 영화시장에 초대박 영화로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봤다. '국가대표' 역시 가슴뭉클한 스키점프 실화를 잘 소화해내 예상을 뒤엎고 수백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3위는 2012년 지구가 멸망한다는 내용의 스펙타클 영화 '2012', 4위는 미래 상상영화 '아바타'가 차지했다. 3, 4위를 차지한 이 두 영화는 젊은 층을 상대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경북 봉화를 배경으로 한 늙은 소와 노인의 애정의 닮은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5위에 올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밖에도 슬럼독 밀리어네어, 쌍화점, 애자, 과속스캔들, 불꽃처럼 나비처럼,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도 몇몇 사람들이 재밌게 본 영화로 거명했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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