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민에 물어본 새해 전망·소망…지역민 409명 여론조사

올해 경기 체감온도는 -10℃…내년에는 좀 풀리겠습니까

'2010년은 구름 끼고 흐림.'

내년을 어떻게 예상하느냐고 400여명에게 물었다. 형편이 지금보다 펴질지 아니면 올해처럼 팍팍할지, 도대체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건덕지'는 있는 것인지 등 전망을 통해 우리 사회의 기상도를 읽어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긍정적인 답을 기대하기엔 아직 무리였다. 세월은 우리에게 '좋다' '먹고살 만하다'라는 말을 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아직은 너무 먼 현실. 그래도 지역민들의 새해 전망과 소망을 통해 우리 이웃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봤다.

경인년 호랑이해 2010년도 '암울' 쪽에 더 가깝다. 맑음 쪽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아 보인다. 폭풍우를 1로 보고 쾌청을 100으로 놓는다면 지수 바늘은 겨우 13 정도에서 오르내렸다.

◆구름·흐림·추위·비·폭풍

'2010년 예상되는 우리사회 기상도'를 묻는 문항에서 적잖은 응답자들이 조그만 글씨로 '희망사항'이라고 적어 넣고 답변했다. 그 희망사항을 감안하더라도 지수 10도 넘지 못할 만큼 답답하다.

응답자의 35%(145명)가 '구름 끼고 흐림'으로 대답했고, 31%가 '춥고 비옴'으로 내다봤다. 응답자 가운데 10명 중 1명꼴로 '폭풍전야'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반면, '쾌청'으로 대답한 사람은 5명에 불과했다. '대체로 맑음'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21%(84명)로 응답자는 공무원, 교사 등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영업자나 서비스,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다소 어두운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특히 응답자 가운데 남성들이 여성보다 내년 기상도를 다소(5% 내외)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내년 한 해를 전망하는 데 409명 중 305명이 그야말로 암울하거나 어려운 시절이 계속될 것이라 내다본 것. 실제 지역민들 역시 특별한 희망이나 꿈을 꾸기보다 그저 더 어렵지 않게 살아가기만을 바랄 뿐인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체감온도는 '-10도'

2009년 한 해가 어땠기에 내년 전망에 대한 답이 이렇게 나오는 걸까?

한마디로 올해는 '어려웠다'이다. 응답자의 절반(203명)이 체감온도 -10도(아주 나쁜 편)로 대답했으며 26%(105명)가 -20도(최악)로 대답했다. 그럭저럭 견뎌냈다는 정도의 체감온도 0도는 5명 중 1명(80명) 정도였으며 나쁘지 않았다(체감온도 10도)는 5%인 18명이었다. 이에 비해 체감온도 20도로 아주 좋았다는 응답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 그 2명 중 1명은 설문지에 욕설 수준의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불성실 응답자로 보였다.

2009년 체감경기를 남녀별로 대비해 보았을 때 남성들이 -5도 정도 추위를 더 탔던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별 분석에서도 내년 기상도와 마찬가지로 전문직이나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럭저럭 지낼 만한 한 해였고 자영업자나 중소업체 종사자들에게는 한기가 더 느껴지는 한 해였다.

◆지역민의 바람 82%가 '경기회복'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현 시점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일까? ①경기회복 ②빈부격차 해소 ③보수 이미지 벗기 ④정권 재창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앞뒤 돌아볼 것 없는 응답은 먹고사는 문제가 최대 관심사였다. 즉, 82%(336명)가 경기회복에 화끈하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만큼 경기회복이 절박하다고 느끼는 셈. 그 외 각각 10% 정도가 빈부격차 해소와 보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에 비해 정신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는지 아직 '정치 시즌'이 이른 탓인지 정권 재창출은 20명에 1명 정도가 관심을 가졌다.

남녀 간의 비율에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5% 정도 더 경기회복에 대한 열망이 컸다. 이 설문은 몇 개 문항이 동시에 불요불급한 것이라고 생각해 복수응답을 한 사람이 10여명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큰 차이가 없으나 30대, 40대, 20대 순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컸다. 50대와 10대, 60대는 경기회복 외에도 다소간 눈을 돌리는 여유를 보였다.

◆새해 소망은 '건강, 로또 순'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 마지막 설문조사 문항 '새해 소망'에 대한 질문에 171명이 건강이라고 답했다. 연관된 항목으로 금연을 소망으로 꼽은 응답자도 다수 있어 역시 건강이 최고의 덕목임을 보였다. 하지만 2위는 예상 밖이었다. 로또가 차지한 것.

무려 전체 조사대상자의 4분의 1에 달하는 99명이 로또가 당첨돼 내 인생에 대박이 터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다들 특별한 희망이 없다는 역설적 반증이 아닐까라는 해석도 가능했다. 실제 많은 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로또라도 당첨됐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 밖에도 청년 실업난을 반영하듯 취업을 하고 싶다는 희망도 많이 나왔으며, 승진도 많은 이들의 소망사항 가운데 하나였다. 아파트는 미분양 사태가 나고 있지만 내집 장만 역시 10명 중 1명의 희망사항이었다.

저출산 시대에 자녀출산을 희망하는 이는 17표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 밖에도 진학, 인생 재기(再起), 승용차 구입 등 다양한 소망도 표출됐다. 또 여성들 가운데 결혼을 기입한 응답자도 다수 차지해 저출산사회에 한줄기 빛을 던져주는 듯했다.

새해 소망을 묻는 항목에서도 '경기회복'을 꾹꾹 눌러 쓴 응답자가 4명이나 있어 얼마나 경기회복에 대한 염원이 간절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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