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이기는 사람들]간암 극복 김승태·선명천씨

"암 걸렸다고 좌절하면 약과 치료 다 소용없죠"

▲간암을 극복한 김승태(왼쪽)씨와 성명천(오른쪽)씨가 김홍진 영남대 외과 교수와 밝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간암을 극복한 김승태(왼쪽)씨와 성명천(오른쪽)씨가 김홍진 영남대 외과 교수와 밝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암은 더이상 걸리면 죽는 병이 아니다. 국내 병원의 암 환자 완치율은 갈수록 높아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암의 의학적 완치 기준인 5년간 생존율은 2003~2007년 57.1%로 집계됐다. 다른 암에 비해 5년 생존율이 낮은 간암을 이겨내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간암 투병자 두 사람을 만났다.

◆재발해도 이겨낼 수 있어

김승태(70)씨는 2003년 4월 옆구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간암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보여준 CT 사진 속 간에는 지름 10cm의 암세포가 하얗게 보였다. 김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앞이 캄캄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세상과 작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씨는 영남대병원에 입원했다. 그 뒤 18일간 고통스런 조직검사가 이어졌다. 검사 뒤 간의 70%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간암 수술 1년 뒤 암세포가 폐로 전이된 것이다.

"불행은 홀로 오지 않더군요. 간암은 재발 확률이 높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김씨는 다시 폐절제 수술을 받았다. 두번의 수술을 받은 다음부터는 항상 불안했다. 옆구리가 조금만 아파도 재발된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에 시달렸다.

김씨는 웃옷을 벗어 자신의 배에 새겨진 수술의 흔적을 보여줬다. 간을 중심으로 세로와 가로로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6년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함께 간암 치료를 받던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암의 의학적 완치 기준인 5년을 넘겼습니다. 새 인생을 얻었다는 마음으로 감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병을 이기겠다는 의지가 중요

성명천(79)씨는 1996년 간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 평소 소화가 안돼 소화제를 먹었지만 효과가 없었고 운전을 하면 쉽게 피로해졌다. 그는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이 간암에 걸렸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절망했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오래전 술과 담배를 끊었기 때문에 암에 걸린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암 진단을 받은 뒤 집으로 오는 동안 제대로 운전을 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간암에 걸리면 죽는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제는 10년이 훨씬 지났다. 암 환자가 5년간 생존한다면 의학적으로 완치됐다고 보는데, 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다른 암에 비해 훨씬 낮다. 하지만 성씨는 간암을 이겨낸 것이다.

그는 재발을 막기 위해 꾸준히 식이요법을 했다. 방부제가 함유된 식품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단전호흡을 하는 등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성씨는 이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간암은 항상 재발의 위험이 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재발의 공포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는 예전과 달리 간암치료법이 눈부시게 발전해 환자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기에 걸려도 죽는 사람이 있습니다. 병에 지기 때문입니다. 강해져야 병과 싸워 이길 수 있습니다. 암에 걸렸다고 좌절한다면 모든 약과 치료가 소용없습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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