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악마였지만 죽을 때는 천사처럼 칭송받았다.'
석유왕 존 록펠러(1839~1937)와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는 젊을 땐 악명 높은 자본가로, 말년엔 사회사업가로 변신하는 극명한 삶을 살았다. 이들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1, 2위로 꼽힌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록펠러가 죽을 때 보유한 14억 달러의 재산을 2007년 말 가치로 보면 최대 3천234억 달러(한화 386조 원)로 추산했다. 카네기는 1901년 자신의 회사(US Steel) 주식을 4억9천200만 달러에 팔았는데 2007년 말 가치로 최대 2천978억 달러(350조 원)로 추산됐다. 세계 최고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의 재산이 820억 달러(96조 원)였으니 얼마나 부자였는지 알 수 있다.
이들이 떼돈을 번 것은 무자비하고 악랄한 수법을 썼기 때문이다. 록펠러는 오일 트러스트(trust'기업합동)를 조직해 독점적인 지배로 석유값을 마구 올렸고, 카네기도 중소 철강회사를 마구 넘어뜨리고 독점적으로 철강시장을 장악했다. "저런 '피도 눈물도 없는' 기업가들 때문에 자본주의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공격받을 정도였다. 돈만 벌었다면 그들의 이름은 길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록펠러는 시카고 대학을 창립하고 재단을 세워 천문학적인 기부를 했고, 카네기는 3천만 달러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기부했다.
빌 게이츠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만 해도 컴퓨터 프로그램은 사용자 간에 나눠 쓰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빌 게이츠는 컴퓨터 운영체제(DOS)를 만들어 본격 돈벌이에 나섰다. 독창적인 프로그램도 아니었기에 컴퓨터 사용자들에게서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요즘 빌 게이츠도 본업보다는 자선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말은 미국 부자들의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 부자가 기부를 했다는 말은 거의 듣지 못했다. 삼성, 현대가 재단을 만들었지만 오너들의 사법처리를 앞둔 때였기에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 연말연시를 맞아 가난한 사람은 동병상련(同病相憐) 식으로 기부를 많이 하지만 부자는 거의 않는다고 한다. 한국의 부자들은 '약육강식' 논리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들어가는 편이 훨씬 쉽다'는 예수 말씀이 한국에만 통용된다면 얼마나 불행한가.
박병선 논설위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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