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4년제 대학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24일 마감됐다. 올해 입시에서는 하향 안전지원 등 예년과 다른 현상들이 두드러졌다. 향후 3, 4년 동안은 올해의 경향들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1학년도 이후 수험생들은 올해 입시에서 나타난 특징들을 점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특징들은 별개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수험생들의 지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신의 경우에 맞춰 유기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010학년도 정시모집 특징
▷치열해진 눈치작전=대부분 대학에서 접수 마지막 날 원서를 내는 수험생이 절반을 넘었다. 예년에도 막판 원서 접수가 많긴 했으나 올해는 더욱 극심했다. 수험생 수 증가와 수능시험 변별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모집군 및 모집단위 변화도 수험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려 한 수험생들은 모집군이 사실상 가, 나 2개군으로 축소돼 선택이 더욱 어려웠다. 수험생들로서는 각 대학의 마지막 경쟁률 발표를 본 뒤 지원할 학과를 최종 결정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효과적이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막판 무더기 접수가 곳곳에서 속출했기 때문이다.
▷하향안전지원=수험생 수가 지난해에 비해 8만9천명(15%)이나 늘어난 상황은 수험생들의 재수 기피를 불렀다. 내년에는 고3생 숫자가 올해와 비슷하고 재수생 숫자는 올해보다 많아져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일단 붙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다. 고3 담당 교사들이나 입시기관들이 초기부터 안전 지원을 권해 상향 지원하는 수험생 비율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현장에서는 분석했다.
▷무조건 서울행 자제=계속된 지역의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 여파로 학비 부담이 큰 수도권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컸다. 진학 상담을 한 교사들은 지역대 상위권 학과와 서울의 중위권 대학 진학을 두고 고민하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역 대학들은 거의 모두 지난해에 비해 경쟁률이 높아졌다. 수험생 수 증가보다 폭이 더 크다. 대구진학지도협의회 배치기준표를 보면 수능 점수 인플레 영향으로 지역대 지원 가능 점수가 지난해보다 전체적으로 상승했으나 실제 합격선은 이보다 더 높아지는 학과도 상당수일 것으로 예측된다.
▷성적대별 특성=상향 지원이 금기시되면서 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이 지난해 선을 유지한 데 비해 중위권 대학에는 두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학과들이 무더기로 생겼다. 대학별 평균 경쟁률을 보면 연세대는 지난해 4.17대1에서 올해 4.25대1로, 고려대는 3.99대1에서 4.11대1로, 서강대는 5.06대1에서 5.10대1로 소폭 상승했다. 이에 비해 건국대, 단국대, 숙명여대, 중앙대 등은 큰 폭의 경쟁률 상승을 보였다. 특히 상위권 대학이 모두 빠진 다군에서는 마땅히 지원할 곳을 찾지 못한 상위권 수험생들이 일부 대학에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모집인원이 적은 학과들의 경쟁률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숙명여대(150명 모집) 21.09대1, 중앙대(40명) 80.93대1, 홍익대(475명) 20.51대1 등이었다. 중·하위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역 대학들의 평균 경쟁률도 큰 폭으로 뛰었다. 대구가톨릭대가 2.28대1에서 4.15대1로, 대구대가 3.4대1에서 4.1대1로, 경북대가 2.91대1에서 3.53대1로 상승했다.
◆2011학년도 이후 전략
▷전략 수립 반드시='입시는 과학이다'라는 표현은 더 이상 빈말이 아니다. 모든 결과에는 이유가 있고 과정에서 이를 나타낸다. 결과를 통해 과정을 찾아내고 이유를 분석하는 방식은 일종의 과학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수험생들에게는 공부가 기본이지만 전략 없이 막무가내로 하다가는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적어도 고교 1학년생이 됐다면 자신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꿈을 구체화하는 데 가장 적합한 대학과 학과를 찾아 맞춤식으로 준비해야 성공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력과 여건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다. 입시까지 남은 기간에 비추어 합당한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 실패에 따른 심리적인 타격도 그만큼 커진다. 진로와 여건에 대한 판단이 끝났다면 지원할 대학의 범위를 좁혀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형을 찾아 길게 보고 대비해야 한다. 수시든 정시든 근시안적으로 판단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수시 공략 최우선='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은 수시에 치중하고, 모의평가 성적이 내신보다 낫다면 정시에 집중하라'는 말은 이제 정설이 아니다. 내년에는 수시모집을 통해 선발하는 숫자가 전체 모집인원의 60%를 넘는다. 아무리 모의평가에서 나오는 성적이 좋다고 해도 수시에 주어진 기회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수시는 덤'이라는 말도 폐기될 때가 됐다. 정시보다 모집인원이 더 많으니 오히려 주력이 됐다는 말이 맞다. 내신에서 다소 불리한 반면 모의평가 성적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수성구 고교나 비평준화 지역 고교 학생들이라도 당연히 수시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정시는 수시에 탈락했을 때를 대비한 보험용으로 여기는 것이 수험생 폭증 시대를 살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타당한 전략이다. 내년에 고3이 되는 학생들은 물론 고교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입학사정관제나 수시 특기자 전형 등에 대비해 평소에 꾸준히 자신의 이력을 관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수능 공부 끝까지=수시에 공을 들이는 수험생들 중에는 수능 공부에 결정적인 8, 9월에 수시 지원 대학을 결정하고 준비하느라 불필요하게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상위권 대학들은 대부분 수시에 최저학력기준을 두기 때문에 수능 공부에는 결코 지장을 받으면 안 된다.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중·하위권 대학 수시에 지원하는 수험생의 경우도 다를 게 없다. 아무리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수능 공부는 수시 합격이 확정되는 순간까지 게을리하면 안 된다. 대학입시는 한 해 승부로 그동안 받아온 몇 년 동안의 교육을 평가받는 냉혹한 절차다. 만에 하나 수시에 탈락해 수능까지 망치면 원하는 대학 진학이 어려운 건 물론 미래까지도 불투명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올해처럼 수능이 쉽게 출제되는 해에는 한두 문제 실수로 지원 가능한 대학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내년 수능도 어렵지 않게 출제한다는 평가원의 방침이 나온 만큼 수능 준비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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