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대륜중학교 2학년 3반 교실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담임 김태경 교사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학생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담긴 그림책을 선물한 것. 이 책은 김 교사가 학생들의 모습을 직접 그린 그림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낸 것으로 이름하여 '웃는 모습이 멋진 친구들의 작품집'이다. 선물을 받아든 40여명의 학생들은 자신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보며 급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총 50여 페이지로 구성된 이 그림책에는 김교사가 지난 1년간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틈틈이 그린 학생들의 장점과 장래 희망이 그려진 그림과 학생들의 사진, 작품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자신이 맡은 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5년째 이 같은 선물을 해오고 있는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학창시절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단순히 추억을 선물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자신의 장래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 김 교사의 바람이다.
김교사는 "최근 특성화 교육 바람이 불면서 교사들도 헷갈릴 정도로 많은 특목고가 생겨나면서 고등학교 진학 때부터 학생들이 고교와 대학, 장래 직업 등에 대해 선택할 것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 오늘날 교육현실이다"며 "학생들의 장래 희망을 그림으로 구체화함으로써 좀 더 진지하게 장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김 교사는 지난 1년 동안 학생들의 특기, 적성, 희망 등을 꼼꼼히 기록하고 틈틈이 학생들의 모습을 스케치북에 담아 왔다. 필요하면 학생들과 일대일 상담도 마다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장래 꿈이 담긴 그림인 만큼 한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감수성이 예민할 때라 학생들의 장래 희망이 자주 바뀌는 바람에 밤을 새워 다시 그려야 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조만간 김 교사는 학생들의 미술치료 사례를 담은 책을 펴낼 계획이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입시·성적 위주의 교육으로 마음의 병을 안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미술 교사로서 '입시·성적 위주의 교육 탓에 미술이나 음악 등 특기활동이 소외받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교사는 "교육정책이 상업논리로 흘러가면서 음악·미술·체육 등 예체능교육이 갈수록 소외받고 있다. 그러나 예체능교육은 정작 학생들이 평생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또 "현재 많은 청소년들이 폭력물이 대부분인 인터넷 게임 등에 노출되면서 폭력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점점 둔감해지고 있다"며 "교사와 학부모들은 전문 상담지식과 기법을 갖추지 못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찰을 키우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이럴 때 미술을 이용한 치료방법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생긴 마음의 병을 미술치료 과정에서 발견하고 치료한다. 앞으로 단순히 심리치료를 넘어 학업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연구나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을 돕는 데 미술을 이용할 생각이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