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나눔] 고교생 김지영양의 겨울나기

엄마 빈자리 꿰찬 건 혹독한 가난 뿐…

"엄마, 제발 가지마."

아버지와의 다툼으로 엄마가 집을 나가자 초등학교 3학년 꼬마는 울며불며 매달렸다. 그리고도 몇 달 동안을 엄마에게 "제발 돌아와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엄마는 매정하게 뿌리치고 떠났고, 몇달 후에는 아예 소식마저 끊겨 버렸다.

아빠는 그 후 술독에 빠져 살았다. 딱히 아이를 괴롭힌 것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인 생필품마저 살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겨우 밥을 먹었고 친구들의 놀림으로 인해 아이의 가슴에는 '가난'이 상처가 되어 남았다.

그리고 이제 훌쩍 자라 고 1이 된 아이는 벌써 2년째 친구네 집에 얹혀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김지영(가명·고1·동구 신암동)양은 "기본적인 생활이 되지 않는 사정을 알고 친구 어머니가 같이 살자고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아빠는 인근 동네에 살고 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고 엄마는 몇년 만에 어렵게 연락이 닿았지만 이제 얼굴조차 대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미움만 커졌다는 것. 21세 언니도 있지만 당장 자신이 먹고사는 문제가 힘들다 보니 동생을 돌봐줄 여력이 되지 않는단다.

실업고를 다니는 지영이는 한 회사 사무실에서 잡무를 도와주고 한달에 50만원을 번다. 엄마 아빠가 멀쩡히 살아있으니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도 없다. 등록금과 급식비, 버스비 등 모든 것을 지영이가 버는 50만원으로 부담해야 한다.

지영이는 "친구 어머님이 마음이 좋으셔서 당분간은 걱정 없이 머물 수 있지만 언제까지 친구집에 얹혀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가끔은 불안해진다"고 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그날을 위해 단돈 1만원씩이라도 아껴 저축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마음처럼 되질 않는단다. 지영이는 "50만원으로 학교를 다니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비용을 해결하고 나면 얼마 남지도 않는다"며 "당장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이라도 하게 되면 몸을 누일 방 한칸도, 세간살이를 마련할 돈도 없어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김지영양에게 희망을 나눠 주실 후원자를 찾습니다. 매달 몇천원이라도 고정적으로 기부해 주실 분은 희망나눔 캠페인 홈페이지(hope.daegu.go.kr)에 신청하시거나 대구시청 자치행정과(053-803-2823)로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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