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이 아닌 '선점'이 중요합니다."
R&D 기술 분야에 꼭 맞는 말이다. 기술이 선점돼야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농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자적인 농업 기술만이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갖게 한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확실해진 농업 시장에선 끊임없는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안동 임하면에서 버섯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류충현(45)씨는 국내 최초 상황버섯 인공재배 기술로 버섯업계에 우뚝 섰다. R&D 기술 하나로 한 해 수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부농 대열에 합류했다.
28일 찾은 '류충현 버섯농장'.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끊임없이 운반되는 톱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형 배합기에 톱밥이 쏟아지면 자동으로 쌀겨와 물이 혼합된다. 혼합물은 다시 고압 살균기로 이동한다. 쪄낸 톱밥은 무균실로 옮겨지고 버섯균이 주입된다. 무균실에는 세모 유리병 10여개가 시계반대방향으로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돌때마다 병에 담긴 묽은 배양액이 점차 끈적끈적해진다.
상황버섯 인공 재배는 수천번의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얻은 열매다. 10여년 전 상황버섯 인공재배에 처음 도전했을때 류씨 농장에선 밤늦도록 불이 꺼지는 법이 없었다. 당시 류씨는 느타리버섯 거래처에서 상황버섯에 대한 얘기를 듣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면역력을 높이는데 탁월한 효과를 지닌 상황버섯이야 말로 버섯 중의 보배고, 신의 선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버섯 포자균을 주입할 나무를 자르고, 포개고, 구멍을 뚫고. 안 해본 방법이 없어요." 상황버섯은 다른 버섯 포자와 달리 자연상태에서 발아율이 극히 낮았다. 당연히 인공재배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표고버섯과 영지버섯은 생나무에도 활착이 되는 반면, 상황버섯은 아무리 조건을 달리 해도 배양이 되지 않았다.
2년 뒤. 류씨의 농장에서 "해냈다"는 탄성이 새어나왔다. 수없는 시행착오 끝에 일정 온도에서 나무를 찌고 상황버섯 균을 안착시키는 독자 기술을 얻었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자연산말고는 상상도 못하던 시기였던 만큼 그가 인공 재배한 상황버섯은 비싼 값에 잘 팔렸다.
상황버섯 인공 재배 소식은 발 없이 천리를 갔다. 전국에서 상황버섯 재배 기술을 배우려는 농업인이 농장의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류씨는 만족하지 않았다. 상황버섯 단순 재배 차원을 넘어 자체 브랜드로 상품화했다. 9월에는 안동 하회탈 모양을 본뜬 상황버섯 빵도 내놨다. 현재 상황버섯 빵은 KTX, 쇼핑몰 등을 통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쌀 10㎏의 가격은 2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쌀을 떡으로 만들면 12만5천원으로 가격이 뛰어요. 술을 빚으면 21만3천원으로 부가가치는 더 커집니다. 농업도 마찬가집니다."
요즘은 다시 연구실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송이버섯 인공 재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부분 버섯은 죽은 나무에서 영양분을 얻어요. 하지만 송이버섯은 살아있는 소나무 뿌리와 어떤 물질을 교환하는데 이것을 밝혀야 재배가 가능합니다." 농업은 더 이상 1차 산업이 아니라 가공, 유통, 서비스의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집합 산업이 되어야 한다는 류씨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미소지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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