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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사이드] "괴팍한 카사노, 월드컵 오지마!"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괴팍한 성격과 기행 탓에 축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인 월드컵 출전이 가물거리는 선수가 있다. 자신의 성격을 월드컵 출전과 맞바꾸지 않겠으며 오히려 월드컵 기간 중에 결혼하겠다고 엄포까지 놓는다. 이 엉뚱한 선수는 바로 이탈리아 세리에A 삼프도리아에서 뛰고 있는 안토니오 카사노(27).

'악동' '악마의 재능' '괴짜' 등등 카사노를 대변하는 살기 어린 애칭들은 무수하다. 사실 이들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카사노의 기행은 끝이 없다. 그라운드에서 '팬티 패션(?)'을 선보이는가 하면 감독, 선수들에게 욕설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감독이 나무라면 '그럼 당신이 대신 뛰어!' 하며 대들기 일쑤고 "경기에서 50%밖에 힘을 안 쓴다. 너무 많이 희생할 필요 없다. 삼프도리아를 선택한 것도 대충 뛰어다녀도 되기 때문"이라는 등의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내기도 한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카사노의 기행을 눈감아주며 이끌어보려 했던 파비오 카펠로 감독도 결국 두손 들고 말았다. 불성실한 훈련 태도, 자기 관리 부족, 무절제한 사생활 등에 따른 감독과의 불화, 동료와의 충돌로 팀 이적도 잦았다.

올 시즌 2골, 7도움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고도 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로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리피 감독의 대표팀 차출 거부 이유는 표면적으론 '아직 준비가 덜 됐다'지만 카사노의 기행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란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카사노를 사랑하는 팬들도 많다. 그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정신 세계와 거침없고 솔직한 언행, 두둑한 배짱과 좌충우돌식 기행에 대한 동경과 대리만족의 영향이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계일학의 기량을 가진 최고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실제 카사노는 2008-2009 시즌 세리에A 선수 중 유일하게 리그 10-10 기록(12골-12도움)을 세운 선수이고, AS로마 시절엔 프란체스코 토티와 콤비 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이탈리아 언론이나 팬들은 카사노의 대표팀 발탁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엔 일부 팬들이 카사노의 대표팀 복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네덜란드와의 친선 경기에서 한 팬은 슈퍼맨 복장에 '카사노를 대표팀으로'라는 문구를 새겼고, 경기장 곳곳에 복귀를 원하는 플래카드도 걸렸다. 그러나 리피 감독은 여전히 카사노를 대표팀으로 불러들일 의사가 없어 보인다. 팬들의 시위에도 불구, 리피 감독은 팀 불화를 우려해 카사노의 대표팀 차출을 주저하고 있는 것. 카사노도 이에 항의라도 하듯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기간 중인 6월 19일 결혼한다'는 발표로 맞서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그의 빛나는 활약에 비춰볼 때 대표팀 승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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