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한 예수의 말은 신앙과는 관계없이 동서고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됐다. 욕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본성과 한계를 꿰뚫은 말이기 때문이다. 남의 눈에 티끌은 보아도 제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도 인간의 속성을 경계하는 까닭에 지침어로서의 생명을 가진다. 누구나 공감하고 되새기게 하는 이런 말들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나간다. 말에 담긴 공감의 힘 덕분이다.
간음한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예수는 말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몸을 굽혀 땅바닥에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썼다. 대답을 구한 광기의 사람들 스스로가 생각할 시간을 준 것이다. 사람들은 어른부터 하나씩 나가고 예수와 여자만 남게 됐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 돌로 치는 형벌 대신 내린 예수의 심판이었다.
연말이 되면서 올 한 해의 말들이 모아진다. 공감을 자아낸 명언도 있고 비아냥을 뒤집어 쓴 실언도 있다. 경제 한파를 비롯해 갈등과 대립이 이어진 탓인지 미움과 원망보다 사랑과 이해를 전달하는 말이 많았다. 올 초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란 마지막 말도 명언으로 꼽혔다. 실망과 원망으로 흥분한 국민들의 싸늘한 말의 비수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도 미워하지 말고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말이었다.
금융위기와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탄생 이후 세계적으로는 '전례 없는'이란 말도 유행했다. 기존을 뛰어넘는 파격이 화두가 된 탓이다.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드라마를 일컫는 '막드'도 올해의 유행어였다. 어느 대법관은 퇴임의 변에서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심해지면서 법에 대한 조건 없는 복종을 요구하는 세력과 악법은 법이 아니라는 세력이 대립하고 있다'고 오늘의 한국사회를 진단했다.
말은 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다. 사랑과 관용의 마음이 칭찬과 용서의 말을 낳고 미움은 가시 돋친 말을 남긴다. 그러나 말의 결과는 남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돌아온다. 미움의 말은 자신을 원망과 분노 속에 가두고 만다. 갈등과 불신은 언제 어디서 비수가 날아올지 알 수 없는 불안을 가져온다.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말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말하기를 새해 화두로 삼아보면 어떨까.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