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학 입시와 취업 전쟁의 열기가 뜨거운 요즈음이다. 2008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는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 졸업자 중 60%만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대학 교육에 소요되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고려할 때 이러한 고급 인력이 취업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 졸업자들이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서 대학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첫째, 대학 졸업자는 확실한 전문 분야와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한다. 취업난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정작 기업은 신입사원의 지적 무장 수준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최근 대학교육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들의 직무 능력은 평균 72로, 산업현장의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대학 교육이 회사 직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가? 라는 설문에 신입사원들 스스로도 평균 48점으로 평가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선발한 신입사원이 실무에 적응하는 데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까지 직장 내에서 재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려면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의 내용과 수준이 대학의 커리큘럼에 반영돼야 한다. GDP는 세계 13위에 불과하지만 몇몇 산업분야에서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이 있다.
한편으로는 기업이 대학 졸업자의 수요자이기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적어도 몇몇 분야에서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대학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하다.
둘째, 통섭형 인재가 필요하다. 지나친 전문화로 인해 오늘날 분야가 다른 전문가들 사이에 대화가 통하지 않거나 공동 작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기술분쟁 사건의 경우 대부분의 우리나라 법관들은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공대 졸업자들은 법률 용어나 경제 용어가 생경하다. 그 결과 양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마치 외국인간의 대화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탄소배출 감축의무와 같은 새로운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는 철강 산업, 화학 산업 등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 기업의 비용을 증대시킬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이종 분야 전문가 간의 공동 작업이 필요하며 통섭형 인재는 공동 작업을 원활하게 만들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학부와 대학원의 전공 분야가 다른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풍토가 당연한 것인지는 의문이며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셋째, 규칙을 존중하는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편법으로 일시적인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가 날로 투명해지고 있는 미래에는 더 이상 규칙 위반자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2001년 12월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이었던 엔론은 회계 부정이 드러난 6주 후에 무너졌다. 또한 엔론의 회계감사를 했던 세계 5위 규모의 회계법인 아더앤더슨은 회계 부정을 묵인한 대가로 회사를 매각해야 했다.
윤리의식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일부 대학의 파행적인 학원 운영, 비도덕적인 연구비 유용, 전근대적인 교수와 학생 관계 등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잘못된 관행은 이제 지양돼야 한다. 훌륭한 스승 밑에서 건전한 사고를 지닌 학생이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대학 졸업자들이 갖춰야 할 자질과 대학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몇 가지 요약했다. 모쪼록 이 글이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 졸업자는 물론 이제 대학 입시를 치르는 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나라 교육 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대학 관계자 여러분에게도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권오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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