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당신의 고통에 공감합니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인 빌 클린턴은 '나는 당신의 고통에 공감합니다'(I feel your pain)란 슬로건으로 재선을 꿈꾸던 조지 H. 부시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클린턴의 이 말 한마디는 경제 불황으로 지친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실 인간은 통증 감각기로 고통을 느낀다. 따라서 자신의 고통은 직접 느낄 수 있지만, 어떻게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다른 사람의 정서 표현, 즉 역겨운 냄새를 맡고 얼굴을 찡그리거나, 아픔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을 관찰하는 사람의 뇌와 그런 정서 상태를 직접 경험하는 당사자의 뇌를 비교하였을 때 두 사람 뇌에서 동일한 영역이 활동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는 것 또한 이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심리학은 이러한 능력을 공감이라고 하고, 이 공감 능력을 마음 이론으로 설명해 왔다. 즉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이 믿음, 의지, 욕망과 같은 심리적 상태, 즉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며, 그러한 가정 하에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이론이다. 사실 타인의 처지에서 상황을 인식하는 능력은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인간의 능력은 타고날 뿐 아니라, 나이와 함께 더 체계화된다고 추정한다. 예를 들어, 아기가 한 살이 되면 예전과 달리 엄마의 손가락 끝을 보지 않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물체를 볼 줄 안다. 18개월이 되면 자신이 좋아하지만 엄마가 찡그린 표정을 지은 음식(과자)과 웃는 표정을 지은 음식(야채) 중 웃는 표정을 지은 음식을 엄마에게 준다. 두 살이 되면 심지어 동생이(자신이 아닌) 좋아하는 장난감을 뺏어서 동생을 약올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타인의 관점에서 보는 능력이 나이와 함께 발달해도 완벽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자기중심적으로 상황을 인식하고자 하는 경향이 높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을 인식하려면 자신의 관점을 억제해야 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 두 관점이 뇌의 다른 영역에서 처리된다고 한다. 특히 이러한 경향이 그 대상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고 한다. 같은 집단에 소속된 사람의 행동은 우리가 그 상황에 부닥친 것처럼 긍정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지만, 그 사람이 다른 집단에 속할 때에는 일반적인 고정관념, 즉 부정적으로 행동을 이해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타자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할 때, 사회는 극단적인 반목으로 치닫는다. 최근 정치권이 좋은 예가 되겠다. 사실 이러한 극단적인 반목은 자연스런 뇌의 생리적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인식하여 적절하게 행동을 취하는 것이 인간의 우수성이 아닐까? 송구영신하는 시기다. 묵은 마음을 벗어버리듯, 우리의 한계를 극복하여 새롭게 새해를 맞이하자.

김남균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