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 농업CEO로 성공한 이들 뒤엔 숨은 노력이 있었다. 돼지 CEO 박종범씨는 젊은 열정으로 단기간에 부농의 자리에 올랐고, 버섯왕 류충현씨는 2년여의 연구 끝에 최초로 상황버섯 인공 재배에 성공했다. 친환경 웰빙 사과를 농촌체험과 연계한 마케팅 기법으로 사과 CEO가 된 이충기씨, 지침서도 없는 굼벵이 사육에 새 지평을 연 신철씨는 농업CEO를 꿈꾸는 대한민국 모든 농업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돼지CEO 박종범(34)씨
축산은 비전이 있는 산업이다. 살아있는 생명체인 만큼 노력 여하에 따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서로 교감을 해야 한다. 내가 추우면 돼지도 춥고, 내가 배고프면 돼지도 배고프다. 특히 멜라민, 광우병 파문이 농식품 전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작용해 소비자 선택기준이 식품안전성에 집약돼 있다. 질 좋고 안전한 제품은 어디서나 통하는 식품 문화가 자리잡은 것이다. 세미나 등 축산에 대한 고급정보를 많이 접해 우량 돼지를 키워내야 한다. 정보는 곧 힘이다. 단계별로 돼지에게 맞는 맞춤형 매뉴얼도 정보가 많을수록 제대로 짤 수 있다. 좋은 매뉴얼은 곧 생산력 극대화와 품질로 이어진다.
◆버섯CEO 류충현(45)씨
이제는 농업도 전문인 시대다. 농업의 독자적 노하우를 가지고 남들과 차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농업 기술이야말로 FTA의 불확실한 농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한다. 농업은 단순 재배 차원의 1차산업이 아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활로가 무궁무진한 산업이다.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 유통, 서비스 시스템을 보태 몇배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사과CEO 이충기(49)씨
농업은 양심이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땅은 절대 속이는 법이 없다. 농사도 마찬가지다. 먹을거리로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병충해가 인다고 농약을 마구 뿌리고, 수확을 늘리기 위해 화학비료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 어렵고 번거럽더라도 품질로 승부하면 고객들은 알아준다. 입소문을 타게 돼 있다. 그러나 돈을 앞세우면 될 일도 안 된다. 우직하고 정직하게 땅을 일군다면 땅은 큰 열매를 돌려준다. 농촌은 문화·편의시설 등에서 낙후돼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생물의 다양성, 자연조건, 공익적 기능을 고려한 농촌 공간을 설계한다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
◆굼벵이CEO 신철(51)씨
농업의 기본은 땀이다.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 뿐 시간이 지나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게 농업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농업에서 불로소득을 찾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 땅을 갈고 비닐하우스를 손질한 지난 10년간 노하우를 묻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난 귀농해 성공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으니 노하우를 알려 달라"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땀' 흘리지 않고, 시설 등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농업과 땅에 대한 몰지각이다. 농업에 대한 관심과 땅에 대한 사랑이 틈새시장을 만든다. 남들이 해서 재미를 봤다는 곳에 몰리지 말고 틈새시장을 노려야한다. 당장에 안 된다고 해서 작물을 자주 바꾸려하지 말고 꾸준히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필요하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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