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축협 조합장 선거 복마전](상)조합장 선거 비리 악순환 왜?

억대 연봉·특별채용 전권 "읍·면서 가장 힘센 기관장"

◆글 싣는 순서

(상)조합장 선거 비리 악순환 왜?

(하)클린 조합장 선거로 가는 길

대구경북 농·축협 조합장 선거가 복마전이다. 매년 불·탈법 조합장 선거로 인한 무더기 구속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혼탁·과열 양상이 도지고 있다.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금품 살포가 공공연히 이뤄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선거 지역 곳곳에 수억원대의 돈이 뿌려질 것이란 소문도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 같은 농·축협 조합장 선거 복마전은 일단 조합장에 당선되면 강력한 인사권을 행사하며 억대 연봉을 챙길 수 있고, 지역 유지라는 감투까지 꿰찰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축협조합장 선거 복마전

1월부터 3월까지 대구·경북 농·축협 조합장 선거는 68곳. 이달 말부터 내달 초 선거가 예정된 의성, 성주, 안동 봉화 지역 농·축협 경우 지난해 말부터 들썩이기 시작해 일부 지역에 대한 경찰 내사가 진행 중이다.

봉화경찰서는 12일 개최될 봉화 상운농협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준비하던 A(62)씨가 조합원 500여명에게 7천500만원의 금품을 살포한 혐의를 포착, A씨와 조합원 500여명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28일 출마예상자 A씨가 조합원을 상대로 금품을 살포했다는 첩보를 입수, 현장에서 금품을 받은 K씨를 검거,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12월 29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A씨의 사무실과 차량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여 금품을 살포한 500여명의 조합원 명단을 확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안동경찰서 역시 이달 말 선거를 앞두고 2명의 예비 후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안동·봉화축협조합장 선거에서 금품이 오고 간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축협 조합장 선거를 시작으로 농협 이·감사 선거, 동안동농협 조합장 선거 등 5차례의 선거가 잇따르는 안동은 지방선거까지 맞물려 혼탁·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주 수륜과 벽진 지역에서도 모 후보자가 조합원을 상대로 금품을 돌리다가 선관위에 적발돼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지난달 8일에는 고령성주축협조합장 입후보예정자가 230만원 상당의 물품과 향응을 조합원에게 제공하다 고령선관위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다.

경상북도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연초 농·축협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금품수수와 향응제공, 유언비어 유포가 불거지고 있다"며 "지역 단위 선관위에서 선거부정감시단을 편성·운영하고 있으며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검찰과 경찰에 수사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조합장 선거를 앞둔 농촌 현장에서는 '억당천불'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억 단위를 쓰면 당선되고 천만원 단위을 쓰면 불안하다'는 뜻이다. 모 조합 임원은 "조합원 숫자가 1~2천명인데 10만원씩 돌리면 1억~2억원"이라며 "부동층에 절반을 뿌린다고 가정하면 5천만~1억원이라는 수치가 나온다"고 했다. 또 한 조합 임원은 "2, 3명의 후보가 나오면 그중 하나는 꼭 '돈질'을 한다"며 "조합원 일부만 포섭하면 당선이 가능한 조합장 선거의 특성상 한 명이 돌렸다는 소문이 나면 나머지도 가만 있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같은 돈 선거는 농촌 사회에 후유증을 낳기 마련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대구경북에서 치러진 농·축협 조합장 선거는 71곳. 대구지검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조합장 부정선거 사범 141명을 적발해 8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대구축협 비상임이사 7명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금품을 주고 받은 혐의로 후보자 Y(54)씨 등 4명을 구속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도 영천 북안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떨어진 후보와 선거운동원 3명 등 4명을 구속했다. 또 대구 월배농협 경우 상임이사 선거에서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상임이사 후보자와 이사, 대의원 등 53명이 무더기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복마전 왜?

조합장 선거가 돈선거로 치닫는 이유는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일단 당선되면 선거에 쏟아 부은 돈의 곱절을 거둘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자리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더구나 올해 조합장에 당선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직·간접적 힘을 쓸 수 있는 위치가 돼 부정선거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조합장에 당선되면 매년 5천만원 이상의 급여와 성과급, 판공비, 유류지원비, 영농활동지원비 등 1억원 안팎의 연봉을 챙길 수 있다. 특별 채용도 전권을 쥐고 있다. 계약직 사원 채용시 친인척이나 지인의 청탁도 따른다. 한 현직 조합장은 "읍면단위를 통틀어 실질적으로 가장 힘이 센 기관장이 농·축협 조합장"이라며 "평양감사는 싫으면 못한다지만 조합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상한 '농업협동조합법'도 조합장 선거 복마전을 부추기고 있다. 현행 조합법은 조합장 등 임원 선거와 관련해 후보자가 소속된 기관·단체·시설의 사업 계획과 예산으로 하는 금전·물품 제공을 직무상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 경조사에 축의·부의금품을 제공하거나 친목회·향우회·종친회·동창회 등 각종 사교·친목단체 회원으로 회비를 내는 행위 등을 의례적 행위로 보고 있다. 조합 임원 후보자들이 금품 제공에 관대할 수 있는 이유다.

최재수·이희대·엄재진·마경대·김태진·임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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