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의 소망을 담은 사자성어가 쏟아지고 있다. 교수신문은 경제위기 극복과 분열과 갈등이 해소되길 기원하는 의미로 강구연월(康衢煙月)을 뽑았다. 청와대는 재임 중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 일류 선진국가를 물려주어야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와 각오를 담았다며 일로영일(一勞永逸)을 올해의 글귀로 들었다. 호'불황의 변동성을 안고 있는 증권가는 유능제강(柔能制剛) 호시우행(虎視牛行)을 올해의 화두로 꼽아 충격에 대비하는 투자 자세를 강조했다.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저마다의 각오와 바람을 담은 사자성어를 내놨다. 태화흥국(泰華興國) 지족불욕(知足不辱) 호연지기(浩然之氣)에서 절전지훈(折箭之訓)까지 새해를 맞는 의지와 희망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정치인의 사자성어 중에는 민심을 강조한 말도 많다. 여민동락(與民同樂) 상하동락(上下同樂)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등으로 민심 즉 여론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여민동락은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백성을 하늘처럼 여기라는 공자의 이민위천(以民爲天)에서 한발 나아가 맹자는 정치의 요체를 독단과 독주 대신 백성과 더불어 함께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연못가에서 즐기던 양혜왕이 맹자에게 '현자도 이런 것을 즐기는가'라고 물었다. 현자라야만 즐긴다는 게 맹자의 답이었다. 주 문왕은 백성들의 노역으로 연못을 파고 누각을 세웠지만 백성들은 기뻐했고 사방 70리에 이른 문왕의 동산을 백성들이 오히려 작다고 여겼노라고 설명했다.
반대의 예도 들었다. 제나라 선왕의 동산은 사방 40리에 불과했지만 백성들은 너무 넓다고 불평했고 하나라의 폭군 걸왕을 향해서는 '저놈의 해 언제 지려나. 내 차라리 저놈의 해와 함께 죽어 버렸으면'이란 마음을 드러냈다고 했다. 백성들과 함께 즐기는 동산은 부족하다지만 임금 혼자 즐기는 동산은 넓다고 불평하는 게 민심이라고 가르쳤다.
정치는 국가와 국민의 거울이라고도 한다. 국민의 투표로 뽑은 정치인의 행태를 보면 국민의 능력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계층 간의 대립과 갈등이 크고 복잡해진 세태에서 여민동락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하다간 특정 집단의 대변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그러나 함께한다는 마음과 실천이 있다면 동락하지 않을 국민은 많지 않을 터다. 여민동락, 권력 가진 사람들이 꿈에라도 잊지 말아야 할 말이 아닌가,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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