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한국뇌연구원이 대구에 와야 할 이유

선진국들은 이미 20세기 말부터 '뇌(腦) 연구'라는 태동기 유망기술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엄청난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10년간 뇌연구 분야는 매우 빠르게 발전하였으며 IT나 BT와 같은 타 기술분야의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융합기술로 변모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진전, 소위 6T를 중심으로 한 첨단과학기술의 산업화, 학문의 통섭화'융합화 추세가 날개를 달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뇌연구는 더 이상 뇌연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다양한 배경의 과학자들이 그들의 지혜와 역량을 응집하고 화학적으로 녹여낸 새로운 뇌중심 융합기술의 시대를 열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정부가 한국뇌연구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새롭게 설립될 한국뇌연구원은 국가의 보건의료뿐만 아니라 미래산업으로서 국가 성장동력의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한국뇌연구원을 어디에 설립하는 게 가장 적합할지 고민에 빠져있다. 한국뇌연구원의 성공을 위해서는 입지조건에서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우수한 뇌융합과학 분야 연구인력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곳인가. 둘째, 세계적 뇌융합과학 연구소로 성장하기 위한 충분한 인프라 구축이 가능한 곳인가. 마지막으로 국가가 필요로 하는 뇌융합분야 실용화기술을 쉽게 응용'창출할 수 있는 곳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2018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하여 교육분야를 뇌융합과학으로 특성화 중이며 향후 뇌융합연구가 활성화된 시점에 필요한 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뇌연구원은 DGIST에서 양성한 우수한 뇌융합과학 특성화 연구인력들이 그들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DGIST는 한국뇌연구원이 필요로 하는 우수한 맞춤형 뇌융합연구인력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로 한국뇌연구원이 세계적 뇌융합과학 연구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독립된 연구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새롭게 관련 인프라구축에 지나친 재원이 소요돼서는 곤란하다. 자칫 기존 대형 대학에 뇌연구원이 들어설 경우 거대 대학의 일개 부설연구소로 전락, 국가적 지원에 한계를 갖게 되며 다른 학문에 특화하고 있는 전문기관이나 고가의 특수설비를 갖춘 다양한 연구소와의 네트워크가 부실해지는 등 태생적으로 독립성을 가진 연구원으로 성장하기는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결국 국가가 요구하는 수준의 세계적 뇌연구원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한국뇌연구원은 뇌연구 기초연구와 실용화연구의 사이에서 뇌융합과학 원천기술을 창출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따라서 한국뇌연구원이 목표로 하는 뇌관련 질환과 뇌손상 장애 치료기술 연구성과가 지속적으로 실용화되는 선순환구조를 가지게 되며, 또 IT'BT 등 뇌과학 관련 고가의 실험설비와 첨단산업기반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에 설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대구경북권은 이미 심각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65세 이상 인구비가 전국 평균(9%)에 비해 4%나 상회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대경지역이 한국뇌연구원 중점과제인 노인성 뇌질환 토털(total) 해법 개발을 위한 최적의 테스트 베드(Test-bed)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지난해 대구시가 유치한 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은 신생기관인 한국뇌연구원 성장에 최적의 인큐베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한 한국뇌연구원은 첨단의료복합단지사업에 꼭 필요한 뇌융합분야 원천기술을 제공'실용화를 주도할 수 있다.

또한 뇌융합과학으로 특성화된 DGIST는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산업기능과 한국뇌연구원의 연구기능을 연결하여 인력양성을 담당하는 '뇌융합과학 산학연 연계'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는 일석삼조의 묘수이다.

KAIST(대전)가 신약으로, GIST(광주)가 광(光)으로, UNIST(울산)가 에너지로 특성화하여 국가의 미래신성장동력을 견인하듯, DGIST가 뇌로 특성화해 한국뇌연구원을 대구경북지역에 유치한다면 낙후된 지역살리기와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이한구 국회의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